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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누리 Sep 14. 2022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지혜

요르단 페트라에서 다음 여정을 고민할 때였다. 페트라에서 수도 암만까지는 바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었다. 문제는 페트라와 암만 사이. 그곳엔 몸이 둥둥 뜨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는 사해와 '요르단의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는 와디무집이 있다. 하지만 페트라에서 그곳까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 어느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택시 가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페트라에서 사해와 와디무집을 거쳐 암만까지 가는 택시 대절 비용은 90디나르. 우리 돈 17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와디무집 입장료까지 더하면 하루에만 30만 원 가까이 써야 하는 일정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식당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오빠와 장고에 들어갔다. 경비도 아껴야 하고 동시에 이것저것 즐기고 싶은 세계 여행자에겐 꽤 중대한 문제였다. 일단 내 입장은 이랬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가야 하지 않겠어? 우리가 언제 또 요르단에 오겠어! 미국이나 영국이면 모를까. 게다가 와디무집은 요르단의 그랜드 캐년이라잖아. 비싸다고 쉽게 포기하기엔 아쉬워."

내 말을 가만 듣던 오빠는 자신만의 논리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여정은 앞으로도 길어. 네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요르단 여행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건 아니니까. 트래킹을 꼭 여기서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야. 남미에서도 충분히 멋진 트래킹을 할 수 있대.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아."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는 지혜! 오빠 말이 맞았다. 곧장 우리는 의견 일치를 봤다. 너무 큰돈이 드는 와디무집 일정은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그래도 포기하기 아쉬운 사해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한 번 더 찾아보기로. 그리고 남은 식사를 맛있게 해치웠다.

세계여행을 하다 보면 타협해야 할 순간도, 어떤 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할 순간도 자주 만난다. 무언가와 적당히 타협한다고, 혹은 포기한다고 해서 여행을 망치는 건 아니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로 내 여행을 즐겼을 뿐이다. 비단 여행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인생에도 비슷한 순간이 많지 않나? 남들 다 한다고 나도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나 하나 안 한다고(혹은 못 한다고) 뒤처지는 건 아니다. 내가 설정한 방향이 있다면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나아가면 된다. 아무쪼록 이번 여행을 계기로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내가 되길. 다양한 삶의 모양을 보고 배울 수 있길. ​


그렇게 우리는 와디무집을 포기하고 남은 비용으로 암만에서 멋진 사격을 즐겼다. 저렇게 큰 총은 태어나서 처음 쏴봤다. 어찌나 짜릿하던지.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해서 그게 끝은 아니다. 어쩌면 더 즐거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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