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되는 숨>
무장애공연비평웹진 <리액트 re-act>
순환의 회복 : <불이 되는 숨>, <꿈의 방주>, <돼지춤>
글. 리액터 백범, 닻별
배리어프리 음독
<불이 되는 숨>은 죽음의 질감으로부터 다시 숨을 얻는 작은 순환이다. 숲의 몸(나의 몸)이 달궈지고, 발화점에 다다르고, 타오르고, 트라우마를 겪고,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순환 구조의 축소판이다. 발화점 이전과 이후, 트라우마를 겪은 몸, 죽음의 자리에서 다시 생명을 얻으며 순환하는 원형의 삶.
우리는 왜 숨을 쉬는가. 들숨과 날숨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흡수해 혈액을 순환하고 영양분을 고루 분배하기 위해서? 공기는 산소 21%, 질소 78%, 이산화탄소 등 그 외 1%로 이뤄져 있다. 실질적으로 인간의 몸에 필요한 것은 산소뿐이며 질소는 날숨으로 다시 내뱉어진다. 그렇다면 질소는 왜 존재하는가. 질소는 식물의 생존을 위해 존재한다.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이에 대한 언급이 있다.
식물은 뿌리, 광합성, 콩과 식물의 분배를 통해 호흡하며 질소를 흡수한다. ‘자란다’는 게 포인트다. 비료를 줘서 키우는 게 아니고 자라게 하기 위한 땅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한 번개가 치면 공기 중의 질소가 비에 몇 톤이나 녹아들어 그 물이 땅을 비옥하게 하고, 그 덕에 벼가 여물어서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번개가 많이 치면 풍년이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재앙인 번개가 지구 입장에서는 생명 유지를 위한 비율 조정인 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시간과 함께 모습을 바꾸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계는 살아 있는 온갖 것들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순환하며 공존하도록 한다. 가끔 환경이 변해 균형을 잃을 때도 순환은 자기회복력을 작동시켜 균형 잡힌 상태를 되찾게 한다.
이와 같이 지구는 인간처럼 스스로 호흡한다. 서울환경연합은 2019년 옥계 산불 현장에서 불탄 나무를 그대로 두니 스스로 재생해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의 재생능력을 이용한 복구방법인 것이다. 이후 울진 산불 현장에서는 인공조림을 위한 복구보다는 자연복구에 더 많은 면적을 사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었다. 이는 옥계 산불 현장에서 발생한 2차 피해 (작업 효율과 복원 비용이 덜 드는 모두베기 방식 위주로 진행했는데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했다.) 재난이 재발되지 않기 위한 대응으로 인식된다.
지구의 원활한 호흡을 위해서 지구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덜도 더고 말고 딱 21%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공기 중의 산소가 20%로 감소하면 인간의 호흡은 어려워지고 22%로 증가하면 불이 더욱 잘 붙어 다 타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진실은 인간의 비율이 21%를 넘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정글의 법칙은 깨지고 있다며 이제 인간은 불멸과 생명 연장을 생각하고, 행복을 추구하고, 신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21%의 생명론’으로 접근하면 코로나19도 이해할 수 있으며, 엔데믹(endemic,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주기적 유행이라는 새 의미로 쓰임) 현상도 예측 가능한 것이 된다.
지구가 순환한다는 증거 중 하나는 빙기와 간빙기라는 규칙적인 변동 속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12,000만 년 전부터는 기온이 높아졌고, 안정한 조건에서 농업이 가능해졌다. 이후 문명의 탄생과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했고, 기후변화가 일어났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는 자생 능력을 잃고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시기에 도래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