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내리는 비에 우산이 필요할 때
장은 우리의 기분과 생각을 조절한다. 마이클 거숀Michael Gerson은 저서 『제2의 뇌』에서 “장이 뇌를 조정하는 운전대를 잡고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요즘 예민한 장 때문에 일상생활을 못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장이 건강해야 선명하고 의식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반대도 성립한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장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장과 뇌는 쌍방향 소통을 한다. 장이 뇌에 메시지를 보내고 뇌가 장에 메시지를 보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복통이 일고, 소화불량으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이번 장에서는 뇌 문제를 살펴볼 때마다 먼저 장을 살피는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뇌와 장의 관계는 양방향 소통으로 이루어진다. 뇌는 장에 신호를 보내고 장은 뇌에 신호를 보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아프고, 소화불량으로 스트레스를 느낀다. 뇌 누수는 대부분 장 누수에서 생긴다. 인간의 소화기관을 하나의 크고 긴 관이라고 생각해보자. 약 6~7.6미터 길이의 이 관은 입에서 시작하여 항문까지 연결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소화기관을 따라 움직인다. 음식은 작은 입자로 분쇄되어 장 내벽으로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간다. 혈류 속에서는 더 작아진 입자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세포가 생성된다. 소화기관이 긴 이유는 먹은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분쇄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장 내벽에 있는 돌출모양의 미세융모에서 가장 먼저 영양분을 흡수한다. 미세융모를 펼치면 표면적이 복식 테니스장 정도 될 것이다. 장은 표면이 넓은 만큼 많은 활동을 한다. 모든 장기는 효소의 도움으로 분자, 에너지, 세포구조를 만드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미세융모에는 가위 역할을 하는 소화효소가 많다. 소화효소는 복잡한 음식물을 싹둑 잘라내어 작은 입자로 만들어 쉽게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위가 둔해서 음식물을 작게 분해하지 못하면 필요한 영양분을 온몸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장의 거름망이 염증으로 찢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큰 분자가 거름망을 통과하여 혈류로 들어가는데 이를 장 누수라고 한다.
장에는 전체 면역계의 70퍼센트가 모여있다. 장이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취약하면서 중요한 곳에 가장 큰 군대를 배치해서 나라의 안보를 빈틈없이 한다. 몸을 잘 보호하기 위해 장에 큰 군대를 배치한 것이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장 기능이 원활하면 소화가 잘되고, 효율적이다. 어떤 음식은 다른 음식보다 소화과정이 길다. 떡갈비는 딸기보다 소화 시간이 길다. 장 누수 상태라면 장에서 단백질이 분해되기 전에 떡갈비의 큰 단백질 덩어리가 혈류 속으로 침투할 것이다. 면역계는 거대 분자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 즉각적인 방어에 들어간다. 반복되면 거대 분자에 대한 과민성이 생긴다.
복통은 제산제를 이용해 일부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거름망은 여전히 찢어져 있는 상태다. 제산제는 현대 사회에서 네 번째로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이지만 소화기관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 제산제는 염산의 생성량을 심하게 줄이는데 염산은 우리에게 유익하고 필요하다. 장내 염산이 줄어들면 몸에 좋지 않은 박테리아가 번성하여 ‘장내 세균 불균형symbiosis’이 일어난다. 우리는 장내 세균 불균형을 잘 느낄 수 없다. 이는 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 누수를 유발한다. 모든 음식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거대 분자의 침투를 허용하는 장 누수다. 장 기능이 정상화되면 신체의 모든 시스템이 향상된다. 몸이 개선되면 뇌도 개선된다.
개별적인 뇌 호르몬의 작용으로 우리 정신은 많은 부분 통제된다. 장에 사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에 의해 뇌 호르몬이 제어된다. 미세융모 털 사이에는 박테리아가 가득하다. 장에는 아주 많은 박테리아가 서식한다. 인체의 모든 세포보다 박테리아가 10배 이상 많을 것이다. 이런 미생물 군집을 ‘마이크로바이옴’이라 부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 안팎에 아주 많이 있으며 몸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폐암에 걸리면 암이 있는 폐는 암이 없는 폐와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이 있을 것이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약 2.3킬로그램으로 뇌의 2배 정도다. 이 안에 들어있는 각각의 미생물은 유전자와 세포로 구성된 유기체다. 인간의 DNA에는 약 2만 5천 개의 유전자가 있다. 우리 몸에 실행 명령을 내리는 것이 유전자다. 이 유전자가 인간의 것인지 박테리아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활성화된 박테리아 유전자는 장내에 단백질, 효소를 만든다. 장에 염증을 만들거나 억제하라고 명령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방어벽을 만들고 조절하며 유지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비타민 합성, 신진대사 등과도 관련이 있다. 뇌 화학물질 생산과 유전 정보의 발현, 뇌 화학물질의 생산에도 영향을 준다.
마이크로바이옴에는 인간 DNA보다 박테리아 유전자가 100~150배 정도 더 많다. 박테리아가 더 많은 명령을 내려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살아온 환경, 음식물의 선택에 영향을 받아 우리는 독특한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한다. 장에는 ‘박테로이더테스Bacteroidetes’라는 유익균과 ‘퍼미큐티스Firmicutes’라는 유해균이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 장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공생이 이루어진다. 장내 세균 불균형은 장과 몸 전체에서 염증, 피로감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다. 면역세포는 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같은 표면에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뇌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의 작동도 조절하고 통제한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거나 질병에 취약하게 할 수 있다. 불균형한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누수를 유발하는 염증 환경을 만든다. 장 누수는 뇌에 대해서도 염증을 일으키고 뇌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것은 우울증,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와 신체 전반에 염증이 증가하여 분자 모방이 발생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몸에 해로운 설탕 같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분자구조가 이와 비슷한 뇌 영역을 항체가 공격하게 만든다. 장과 혈액뇌장벽은 일부 같은 구성 요소로 되어 있다. 장 누수가 혈액뇌장벽을 공격하여 B4로 이어질 수 있다.
뇌와 장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경찰청장과 시장으로 이야기해 보자. 뇌는 관할 경찰서에 모든 지시를 내리는 경찰청장이다. 경찰관할 도시의 시장은 장내 미생물군이고 관할 경찰서는 호르몬 생성이다. 시장은 경찰청장에게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할 일과 주력해야 할 일에 관해 알려준다. 시청의 모든 부서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 운전대는 시장이 잡고 있다. 1개의 메시지가 뇌에서 장으로 내려가면 장에서 뇌로는 9개의 메시지가 올라간다. 뇌와 장은 쌍방향 소통이다. 지금 우울과 불안감이 있다면 장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겪고 있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90퍼센트는 뇌가 아니라 장에서 분비되고 저장된다.
장내 미생물군은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을 전체적으로 통제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혈류를 통해 화학적 메시지를 뇌로 보낸다. 이 메시지는 인지된 스트레스 대처 방법을 시상하부에 알린다.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스트레스의 우선순위를 전한다. 뇌히수체는 각 기관이 만들 호르몬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카만시아Akkermansia는 유익균으로 장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다. 아카만시아가 부족하면 제1형 당뇨병, 비만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진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아카만시아 수치를 낮춘다.
당신이 직장에서 과다한 업무로 받는 스트레스는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넘쳐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숨을 천천히 쉬며 생각해보자. 스트레스 상황이 제 1세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신은 충분한 음식과 비를 피할 지붕이 있다. 주변 사람이 행복하고 대부분 건강하다. 갑자기 당신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퍼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진정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깊은 명상에서 비롯되는 기분 좋은 엔도르핀으로 대체된다. 불편하던 세상의 모든 일이 좋아진다. 뇌를 진정시키기 위한 마이크로바이옴의 지원이 없다면 스트레스가 2.8배나 높아진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계속 분비되거나 강화된다.
위장은 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뇌-장 축Brain-Gut Axis’이라고 한다. 뇌와 장은 쌍방향 소통을 하며 장내 미생물군과도 연결되어 있다. 예민하고 우울,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다. 장내 미생물군은 장의 음식물을 분해하고, 면역 물질, 스트레스 호르몬, 뇌 신경 자극을 통해서 뇌에 영향을 준다. 우울한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만성적으로 분비한다.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증가하면 내장이 있는 복부에서 지방이 쌓여 복부비만이 생긴다. 내장 지방과 복부비만을 줄이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편안한 호흡을 지속하면서 할 수 있는 걷기, 줄넘기 등의 규칙적인 운동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