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이지만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2화 고통스러운 출퇴근길
오랫동안 기다렸던 버스가 왔고,
나는 분명 번호를 확인하고 탔지만
잘못된 버스를 타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글쎄... 나도 모르겠다.
아마 뒤에 오는 버스의 번호를 보고,
앞에 먼저 온 버스에 올라탔던 모양이다.
이리도 절망스러울 수가 있을까?
당시 ADHD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터라
나 스스로를 정말 한심하고,
멍청한 인간이라며 채찍질 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근무지에 매번 제 시간에 잘 맞추지 못해
항상 1-2시간 일찍 도착하던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던 터라 늦진 않았다.
딱 맞게 도착했을 뿐…
이 당시엔 '역시 이래서 사람은
1-2시간 미리 도착해야한다니까?' 라며
기죽어있던 나 자신을 위로하기도 했다.
역시 같은 퇴근길,
내려야할 곳을 놓쳐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다음 버스를 타고나서도 내려야할 곳을 놓치는
바람에 30분 거리를 2시간이 되어야 도착했던 일.
더 소름끼치는 것은 그 다음날 같은 실수를
똑같이 했던 것.
한동안 이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어떻게 두 번 연속으로 그럴 수 있는지
어떠한 이유를 갖다대도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보'라고 부르고,
그저 웃어 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조용한 ADHD', '주의력 결핍 우세형' 인
나는 이 병명을 대고나니,
모든 바보같던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혹시나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할 것이 있다.
1. 어렸을 때부터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예전에는 그런 적이 없지만,
요즘들어 깜빡하고 실수가 잦다면
그것은 ADHD가 아닌 다른 정신질환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 같은 경우이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우울한 경험을 했는지?]
등 스스로 자가진단을 내리고,
2주이상 우울한 감정이 지속된다면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
(확률일 뿐 정답은 아니다.)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숙제,
준비물 외 이것 저것 깜빡했다면
ADHD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다!*
이렇게 내려야할 곳을 놓치는 것은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아서' 도
'바보여서'도 아니다.
그저 주의력이 남들보다는 조금 부족할 뿐이다.
힘들어도 내가 힘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