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봄을 버텼다.
여름이면 산과 바다로
떠날 생각만 가지고
모든 불안을 덮어보고자 했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어야 될 시기에
엄마는 환자복을 입으셨다.
폐암 3기라는 낯선 불청객이
내 삶에 들어왔다.
나도 아직 정리가 안 됐는데
엄마는 입버릇처럼 뱉었던 말처럼
계획대로 인생을 차근차근
지워내고 계셨다.
어쩌다가 잠이 들고
지옥 같은 새벽을 혼자 마주하면
더 큰 시련이 창문 너머로 넘실거렸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매일마다 몰래
누군가에게 지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