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에 뇌전이까지 있는
가냘픈 엄마의 첫 치료가 시작됐다.
방사선을 맞고 이제 머리 빠질 일만 남았다.
두꺼운 방사선실 문을 부숴버리고
헐크가 되어 건강하게 나오는 엄마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자꾸 눕고 싶고 앉고 싶어 한다.
집 옆 놀이터 정자에 돗자리를 깔아도 되냐
하시길래 그러면 고양이가 와서
엄마를 괴롭힐 거다 했다.
엄마는 고양이도 아픈 사람을 알아서
자기 옆으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친구랑 통화하는 나를 보고
친구를 만나러 가라고 하신다.
지금 시기에는 친구가 필요할 거라고
근거 없는 소리를 하신다.
어린아이 같은 엄마와의
맥락 없는 대화가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