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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Jun 12. 2024

옹알이

방사선 치료 4회 차

엄마 인생에 폐암 4기라는 선물을

덜컥 받으신 뒤 서둘러 포장을 까고 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머리부터 방사선 치료를 받고 계시며

몸의 한쪽이 불편하신 엄마를

병원으로 모시고 다니느라

회사만큼 방사선실이 익숙하다.


해당 치료의 일반적인 부작용으로는

구토, 어지러움 그리고 기억력 감퇴가 있는데 그러다 보니 뜬금없이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옛 기억에 의존해서 현실을 잊으신다면야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을까?


잘듯 말 듯 보조석에 앉아서

본인의 전성기 때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하시는지

심각하게 눈썹을 찡그리신다.

그래, 여기는 서초동, 반포,

이제 거의 다 왔겠네 등등


마치 옹알이를 하는 것 같다.


5분 전에 먹은 약을 안 먹은 것 같다고

생떼를 부리시거나 새벽 4~5시에 전화해서

택배가 왜 안 오는지 나한테 물어보시는 것 정도야

장난전화 인 척 웃으며 받아버린다.

나쁘지 않다.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되니까.


성격적으로, 환경적으로 마주하는 시련에 있어서

대부분 혼자 헤쳐나가고 막히면 인내하고

뚫으면 그저 감내했다.

그러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종종 엄마의 조언이 큰 힘이 되곤 했다.

물론 잔소리가 더 많았지만.


하지만 이제는 정말 실전이다.


저녁에는 울다가 아침에는 다시 파이팅 하는

어느 늑대인간의 하루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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