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오공도 오죽 힘들었으면
지구인들에게 기를 달라해서
원기옥을 모아서 발사했겠냐
책을 읽어도 드라마를 봐도
잠수를 해도 계속 잠을 자도
무거운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 해도
도통 회복이 안 되는 나날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몇 년 치 기를 뺏기고 오는 느낌이다.
주변을 정리해 본다.
안 입는 옷을 정리하다 보니 끝이 없고
냉장고를 비우다 보니 텅텅 비어버렸다.
머릿속이 같이 텅텅 비워진 느낌이다.
무소유가 약간 이런 기분일까.
매일같이 꾸는 뒤숭숭한 꿈은
아직 숙제처럼 밀려있는 듯하고
어제 치운 머리카락은 그새 또 눈에 밟힌다.
결국 손오공도 사람한테 기를 받았지만
사람들 만나기도 썩 내키질 않는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혹은 어디까지 해야 되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그로인해 고독력이
높아지는 가을 어느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