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티바람 Oct 02. 2024

원기옥

기 빨리는 나날

손오공도 오죽 힘들었으면

지구인들에게 기를 달라해서

원기옥을 모아서 발사했겠냐


책을 읽어도 드라마를 봐도

잠수를 해도 계속 잠을 자도

무거운 쇳덩이를 들었다 놨다 해도

도통 회복이 안 되는 나날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몇 년 치 기를 뺏기고 오는 느낌이다.


주변을 정리해 본다.

안 입는 옷을 정리하다 보니 끝이 없고

냉장고를 비우다 보니 텅텅 비어버렸다.


머릿속이 같이 텅텅 비워진 느낌이다.

무소유가 약간 이런 기분일까.


매일같이 꾸는 뒤숭숭한 꿈은

아직 숙제처럼 밀려있는 듯하고

어제 치운 머리카락은 그새 또 눈에 밟힌다.


결국 손오공도 사람한테 기를 받았지만

사람들 만나기도 썩 내키질 않는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혹은 어디까지 해야 되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지는 그로인해 고독력이

높아지는 가을 어느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 참 씩씩하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