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과 오랜 과업 중에 하나였던
조개를 잡으러 태안으로 출동했다.
티비에서 소금 뿌리면 맛조개 나오고
모래를 걷어내면 동죽이 나오고
이럴 줄 알았지
물때에 맞춰 깜깜한 갯벌에
헤드라이트 두 개에 의존해서
용감하게 나섰건만,
조개보다 푹푹 빠져버린 내 장화를
빼내는 것이 더 급선무였던 밤바다
내 마음 같던 갯벌
내 몸 같지 않던 갯벌
그 와중에 열심히 바닷가 안방마님 마냥
눈에 불을 켜고 모래를 파던 짝꿍의 모습
참 오달지다
그 많던 조개는 어디로 간 걸까
모두가 잠든 밤이라서
조개마저 꼭꼭 숨어서 자느라
안 보이는 걸 거야
좀 전에는 아무도 없는 무서운 밤바다가
우리만의 즐거운 연극무대로,
관객은 숨어버린 조개들과
바다만큼 까만 하늘의 촘촘한 별
다음 날 앓아누웠지만
조개는 얼마 못 잡고 다 방생했지만
해집어 놓은 모래밭은
밤새 파도에 지워졌지만
다음 번 올 때에는 조개부자가 되자
밤낮이고 몇 번이고 저 갯벌에
숨막힐 듯 빠져도 좋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