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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티바람 Oct 08. 2024

조개 노다지

태안 바닷가

짝꿍과 오랜 과업 중에 하나였던

조개를 잡으러 태안으로 출동했다.


티비에서 소금 뿌리면 맛조개 나오고

모래를 걷어내면 동죽이 나오고

이럴 줄 알았지


물때에 맞춰 깜깜한 갯벌에

헤드라이트 두 개에 의존해서

용감하게 나섰건만,


조개보다 푹푹 빠져버린 내 장화를

빼내는 것이 더 급선무였던 밤바다


내 마음 같던 갯벌

내 몸 같지 않던 갯벌


그 와중에 열심히 바닷가 안방마님 마냥

눈에 불을 켜고 모래를 파던 짝꿍의 모습

참 오달지다


그 많던 조개는 어디로 간 걸까


모두가 잠든 밤이라서

조개마저 꼭꼭 숨어서 자느라

안 보이는 걸 거야


좀 전에는 아무도 없는 무서운 밤바다가

우리만의 즐거운 연극무대로,

관객은 숨어버린 조개들과

바다만큼 까만 하늘의 촘촘한 별


다음 날 앓아누웠지만

조개는 얼마 못 잡고 다 방생했지만

해집어 놓은 모래밭은

밤새 파도에 지워졌지만


다음 번 올 때에는 조개부자가 되자

밤낮이고 몇 번이고 저 갯벌에

숨막힐 듯 빠져도 좋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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