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꾹꾹 눌러 적은 글자는
아무리 지워도 흔적이 남는다.
나는 내 슬픔이 그저 옅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강하게 지우다가 찢어진 종이마냥
너덜너덜 남을 수 없으니까.
웃지 못해 웃고
울지 못해 웃는다.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다니고
그럭저럭 잘 지내는 척 하는
두 명의 나로 지내지만
제일 힘이 드는 것.
매일 아침 눈을 또 뜨는 것.
삶을 버티는 일.
이제 겨울이 온다.
이번 겨울에는 조금 길게
글을 적어봐야겠다.
다 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