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겨울
가을이 되면
엄마는 가을을 쓸기 바빴다.
낙엽으로 헝크러진 집 앞을
시시때때로 정리하느라
가을을 다 보냈다.
가끔 내가 놀러갈 때면
대신 좀 쓸어달라고 했다.
가끔이 매일이되고
대신이 내 일이 될 때 쯤
겨울이 왔고 그 때는 아마
수북히 쌓인 낙엽을 뒤로하고
손에 잡히는 아무 패딩 두어 장
간신히 챙겨서 우리 집으로 왔다.
엄마는 겨울을 가지고
내 집으로 왔다.
따뜻한 아들 집을 뒤로하고
응급실에서 봄을 맞이한 뒤
여름처럼 가버렸다.
살아온 사람이 살아갈 사람에게
남겨놓은 계절은 이처럼 가혹하다.
다시 겨울이 왔고
귀가 없는 겨울은 들을 수 없다.
그저 입으로 불어내기 바쁘다.
꿈에서 나는 엄마 등에 업혀
사계절을 넘나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