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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Sep 18. 2022

두 번째 서른 살

왜 돈을 벌기 위해 나갈까?

'서른'을 이립(而立:마음이 확고하여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이라 칭하고

'두 번째 서른 '을  이순(耳順:귀가 순해서 모든 걸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고.

'70세는 종심(從心: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이라 했다

이는 공자가 15세 학문에 뜻을 세우고 30에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음을 체험하여 이른 말에서 유래한다

(출처 나무 키위에서 퍼옴)



 나의 엄마 '윤숙호 여사'는 두 번째 서른 살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한 번도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았던 그녀가 왜 돈을 벌기 시작했을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후준비를 해야겠다고 시작한 일이다

두 딸을 출가시키고, 시간 여유가 있다고 일을 찾아 했다


초등학교도 다 마치지 못했던 엄마,

한글도 한문도 열심히 공부해서 보험회사 시험에 합격하고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왜 일을 할까' 라며 그만두라고 만류했던 딸들의 얘기는 

애써 못 들은 척하고 족히 10년이 넘게 다닌 것 같다

아버지도 벌고 계시는데....


그렇게 스스로 돈을 벌며, 먹을 것도 아끼고  수억을 모아

자식들 행사 때, 사위 승진 때,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척척 큰돈을 내어 주시던 엄마.

금수저로 태어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한 삶은 아니었다


보험일을 그만두고 이제 관절이 아프다고 주사를 맞아가면서

또 건강기능식품 회사를 다니신다.  17년 가까이나.

내 몸 건강을 위해 먹을 바에는

조금 싸게 먹을 수 있으니 다닌다면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엄청난 영업력을 발휘하면서 다녔다

87세의 별세

지금에 와서 보면 약간 이른 나이, 조금 서운한 나이다  


그러나 엄마의 건강상태로 봐서는 장수한 게다

원래 병약했던 엄마였기 때문이다


왜소한 몸집에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집을 나서는 엄마를

동네 사람들은 "예쁜 할머니"라고 부른다

" 예쁜 할머니 어디 가세요? 오늘도 출근하시나요?" 반갑게 

인사하면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안녕하세요"  맞짱 구치며 안부를 묻고는 연세 걸맞지 않은 재빠른 걸음으로 출근길을 재촉하신다


엄마가 직장 생활을 시작하시던 그때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엄마가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알 것 같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뭔가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일을 해 냈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

도전하면서 느끼는 자신감과 존재의 의의,

세상에 필요한 존재로서 살아있다는 자존감.


이런 것들이 엄마에게 삶의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과연 자식들이 

매일 부모 곁에서 행복감을 맛보게 할 수 있었을까.


매일 아침 걸어서 출퇴근하는 엄마는 

운동도 하고 매일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건강 상식도 배우고, 물건 판매하기 위해 영업활동도 하고,

영업이 부진하면 스트레스도 받으면서,  

딸들, 아들, 친척 조카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도움을 받으면 몇 배로 되갚지 않으면 안 되는 성미,

돈을 벌기 위한 것 맞아?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뇌과학자들은 


행복 물질이 팡팡 나오는 목표 달성 7단계 중 1단계가 명확한 목표 세우기다......

뇌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아무 부족함이 없는 생활’에서는 도파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만족스러운 생활’을 유지하면 그 이상의 목표를 갖거나 달성을 할 수 없게 되어서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 책 뇌는 최적화를 원한 다중에서-


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의욕과 열정의 행복물질을 전해주는 "도파민"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여 달성할 때

분비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것을 알든 모르든 최고 행복의 물질을 엄마는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순에 시작해서 종순을 지나니 품은 뜻, 행동하는 것마다 어긋남 없고, 

사람들의 말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며 살아갔으리라.


사실 엄마 친구 중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치매나 중풍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다

역시 나이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한 지 모른다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정년으로 집에 들어앉아 있어야 할 나이에

엄마는 직장을 왜 갔을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뒤를 이어 나도  직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는 루틴이 있다는 것은 정신건강에 정말 중요한 일이고 행복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는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두번째스무살  #엄마  #직장  #돈벌기  #행복  #성취감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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