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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Sep 19. 2022

나한테  왜 이런일이?

격려의 한마디가  사람을 살린다

대기업에 다니며 5식구를 위해 열심히 회사일밖에 몰랐던 남편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등산도 몇 달 채 하지 못하고, 인사 쪽 일을 해 온 남편이 인수기업의 노조 문제를 

담당하게 되었다

인수기업의 노조 대표와 수차례 거듭 만나서 대화를 통해 몇 개월 만에 노조 문제 합의를 이루어냈다.

영국 본사의 회장도 판타스틱 한 해결이었다고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왔다

한시름 놓은 남편은 계속 미뤄 두었던 코에 물혹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을 위해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00병원에 입원한다.


입원 수술 중 남편의 필수품을 챙기러 집에 잠시 다녀온 나에게 그사이 병문안 온 남편의 선배가

먼저 얘기한다 

“ 암이라는 데요. 혹시 들으셨어요? ”

깜짝 놀라 튀어 들어간 병실에서 남편에게 묻자

이미 잿빛 얼굴로 변해버린 남편에게 

“어떻게 된 거야?”라며 다그쳐 묻자 

“수술을 하다가 덮었대, 암이라서”라고 한다

웬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그 순간의 감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남편 앞에서 무너진 나의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 같아 밖으로 뛰쳐나왔다

어떻게 될 것인가

나의 남편은, 

그리고 나는, 

아니 우리 식구들은 ???

꼬리에 꼬리를 문 한없는 망상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생활은 어떻게 하나? 시어머닌 어떻게 하지?

............................

엄마, 아버지에게는 뭐라고 하지? ...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평소 나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선배에게 전화를 돌렸다

“선배님 ... ” 말도 하기 전에 꺼이꺼이 울음이 복받쳐 오른다

경상도 사투리의 선배는 “ 차분히 얘기해 봐라” 하신다

“남편이 암 이래요” 

“물혹인 줄 알고 제거하라 수술실 들어갔다가 혹이 제거가 안되어 그 자리에서 조직 검사해 보니 

‘암’이라서 덮었답니다” 


전화기 속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걱정하지 마라, 당신들 부부 내가 쭉 지켜봤다

평소 행동을 보면 남들에게 나쁜 짓 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니 잘못될 리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래! 잘못될 리 없다... 잘될 거야 ...’

계속 혼잣말로 주문을 외듯 되뇌었다

“잘못될 리 없다"라는 선배의 말 한마디가 마치 ‘신의 소리’처럼 들렸으며

실타래처럼 엉키어있는 마음을 하나로 꽉 묶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남편을 죽였고,

그다음 남아있는 나와 식구들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했던 것이다

선고를 받은 남편 당사자가 받았을 충격과 고통보다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남편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다

이것이 나의 인간성이었을까

......................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에게 진심의 격려 한마디는 그 사람의 생사를 좌우한다 


다음 날부터 며칠 동안 남편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되었고

의사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였다

수술은 코의 깊숙한 안쪽에 그놈이 자리 잡고 있어

위험하단다

그래서 얼굴을 반으로 가를 수도 있다 고...

다른 곳까지 전이가 되었으면 

임파선도 다 들어내야 한다고...

예민한 두경부 쪽이라 수술하다 다른 곳을 건드리면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 ...


동의서에 사인하란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어 남편은 물어본다

"생존확률은 어떻게 되나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조심스레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의사는 기계적으로 대답 할수 밖에 없다

“통계적으로 확률은 ~~~~~ 이렇다"라며 

통계, 수치 

아~~~~ 지금까지 믿어왔던 의사들은 그저 통계만 믿고 치료를 해 왔단 말인가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놈의 통계

의사는 피도 눈물도 없나?

따뜻한 피가 흐르는 마음 .......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입장일 뿐

의사는 그의 입장이 있을 뿐


의사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제 병은 우리가 낫는다

의사에게 도움을 받아 우리가 낫겠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어기장이 생긴다

남편은 수술대에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잘될 거야, 아무 일 없을 거야” 주문을 계속 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는 의사가 되어 남편의 콧속을 들어가 암세포를 떼어내는 수술을 히고 있었다

의사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수술을 했다

상상 속에서


얼굴을 가르지 않고 레이저만으로 복강경 수술로...

긴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나오는 남편의 침대를 발견하자

곧바로 달려가 얼굴을 보았다


휴~~~~~ 


다행히 복강경 수술로 가능했던 것이다

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이.

이후 방사선 치료를 했고, 재발되어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한 번 더 했으나

지금 건강하게 오늘도 함께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암선고  #한마디격려  #암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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