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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바라기 Sep 22. 2022

두 얼굴의 사나이

2006년 창작 수필 (수정 작업) 

     

"어어, 부르릉 에잇 또 끼어드는 O이 있네!" 하며 앞 차와 부딪칠 만큼이나 바짝 차를 대고는

 “끼어드는 0이  제일 얄밉더라! 누구는 몰라서 안 하나!"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화가 나 있는 동안 

옆 좌석의 승객은 온몸이 긴장하여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마음속으로 기도하게 된다.     


평소 너무도 자상하고 세심한  그가 운전대만 잡으면 변신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화가 날 만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난폭하게 차를 들이대며 동승자들에게 불안을 조성해야 하나? 

그럴 때마다 “아빠! 안던우냉하데요.” (아직 정확하지 않는 발음이지만 '안전운행' 하라는 말)

 “아범아, 그냥 가거라! 네가 참아라!" 

아들을 부처님으로 생각하는 어머님도 

"왜 운전대만 접으면 이상해 지냐"며 궁시렁 거리신다 


 누구를 닮았는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막내아들 녀석이 

 떼를 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의 '두 얼굴의 사나이들'이다.     


한동안 성황리에 방영되던 '두 얼굴의 사나이'를 나도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있다. 


1962년 최초로 나온 슈퍼히어로 캐릭터다

감마 폭탄을 제조하던 브루스 배너 박사가 제작과정에서 감마선에 노출되어 

분노하면 괴력의 녹색 거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를  '헐크'라고 부른다

변신된 헐크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지게 되는 대신 지적능력이 떨어진다

1980~90년대 TV에서 방영되어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평소 침착하고 정 많던 그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불의를 보았을 때 자신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던 

분노의 마음이 올라와 몸이 변해간다

맨 먼저 눈부터 변하고  몸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거대한 몸과 힘을 갖게 된다.

그리고 불의와 맞서 괴력의 힘으로 통쾌하게 이겨낸다.

싸움이 끝나면 어디론가 사라져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


인간의 내면세계에 존재하는 불의, 부정, 불신, 배신은 

정의의  힘을 이길 수 없다 표현을 재미있게 해 준 것 같다.      


그렇게 보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두 얼굴, 아니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불전에서는 우리의 마음이 천 가지 이상으로 시시각각 변해간다고 한다.

천 가지의 마음은  '부처'와 '마'의 두 종류의 마음으로 나뉜다

아이들 논리로 보면 '좋은 놈'과 '나쁜 놈'이다


그러고 보니, 나를 보아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음속에서 좋은 놈과 나쁜 놈이 계속 다투며 싸우고 있다

결국 이긴 놈이 표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은 "마음의 스승이 될지언정 마음을 스승으로 삼지 마라"라고 했다

나쁜 놈이 이겨서 화나는 마음을 내 마음이라고 착각하지 마라는 말씀이다

내 마음이라고 무조건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는 것.


또 공자는 삼사일언(三思一言), 삼사일행(三思一行)이라 했다

한번 말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고, 한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천 번 마음이 변해간다

즐겁다가, 슬펐다가, 외로웠다가, 행복했다가, 미웠다가, 그리웠다가.....    


괜스레 누군가가 너무나 미울 때 거울 앞에 선 나는 가슴 섬뜩한 모습이다. 


그러나  치매어르신을 위해 기쁨조로서 자원봉사를 하고 온 날은 거울 앞에 천사가 나타난다.     


언젠가 일본 잡지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우리 몸속, 작은 우주에서는 60조의 중생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 우리 몸에 250억의 백혈구는 외부의 적과 싸우다가 4~5일 만에 죽어 간다. 

또한 25조의 적혈구는 산소를 몸 전체에 골고루 운반하며 90~120일의 일생을 마친다. 

 매일 죽은 숫자만큼의 백혈구, 적혈구가 태어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건강하고 예쁜 것들이 태어나니, 화장을 하지 않아도 

얼굴이 불그레하고 예쁘다. 

체념하고 불만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는 반대로 되어 얼굴색이 거무티티하게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운전대에서 난폭하게 '헐크’로 변한 그의 모습은 무섭고 어둡다. 


그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유일한 작전은 막내아들 녀석의 재롱이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이 태양의 미소이듯이


올해는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다. 

눈 오는 창 너머에서 조용히 웃으며 쳐다보는 이에게  말을 건넨다. 

"새해는 어떤 얼굴로 맞이할까?"

"막내아들 녀석을 닮아 볼까"

 세상의 헐크들을 녹이는 매직이 필요하니. 


#두얼굴의사나이  #안전운행  #마음의스승  #삼사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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