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윤경 Apr 14. 2023

후추

검은 얼굴들이 갇혀 있지

아늑한 그늘을 덮고 제법 슬픈

유리창 같은 사연을 깨트려 줄까

데굴데굴 얼굴들이 굴러와 말을 건다

오늘은 몇 알씩 나눠줄까

표정도 모르는 주제라고

나는 자꾸 나쁜 말이 하고 싶어 져서

부지런한 저녁손에게 명령한다

"모두 탈출시켜"

속마음은 다 일그러지고

매콤하게 갈렸네 갈아졌네

주근깨 같은 기침 컥컥 

내 슬픔의 까만 점들을 찍어

죽었던 맛을 겨우 살린다

질질 끌어서 좋았던 믿음

절대 헛되지 않았던 사랑으로 또 묻고 싶어

살아 주겠니

망친 삶의 유리병

꾹꾹 눌러 놓은 검은 동그라미

짙은 눈동자에

오늘이 회복되길 기도하는

 

 




매거진의 이전글 어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