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조정래, 송길영 신작
김성근, 다산북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감히 예측컨대, ‘세 살’과 ‘여든’은 인간이 의식을 갖기 시작할 무렵부터 의식을 내려놓는 시기를 일컫는 표현이었으리라. 2022년 말, 저자 김성근은 81세의 나이로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 야구팀 ‘최강 몬스터즈’의 감독을 맡으며 새로운 야구판에 뛰어들었다. 아무리 백세시대라 해도 그의 도전은 놀랍다.
<인생은 순간이다>는 2022년 이후 그의 이야기를 편집자가 엮은 에세이다. 책은 김성근이 살아온 인생과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담았다. 책 속 구절마다 그의 지독하리만큼 올곧은 성품이 엿보인다. 책의 서문에서 그는 “오늘도 야구를 하며 살아간다”라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현재를 걸으며 미래를 그린다.
그는 스스로를 ‘비관적 낙천주의자’라 칭한다. 최악을 가정하고 해결책을 찾는 걸 즐긴다는 점이 인상 깊다. “승리는 지난 것이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내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끝없이 도자기를 깨는 장인의 모습이 엿보인다.
타협하고 후퇴하지 마라. 시선은 늘 앞으로, 미래로
조정래, 해냄
조정래는 한국의 역사와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반세기 가까이 다뤄왔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시선과 필력은 여전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돈을 주제로 출간을 했다.
<황금종이>는 <천년의 질문>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신작. 소설은 변호사 이태하를 중심으로 돈과 얽힌 사건을 이야기한다.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추악한 욕망과 갈등을 보여주면서도 마치 단편소설을 보듯 각 사건마다 별개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황금종이>를 읽고 새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이고, 돈이 없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모습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현실에서 꽤나 자주 벌어지는 일이고, 수많은 미디어에서 다뤄온 모습이지 않나.
다만, 이런 이야기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난 이미 돈의 노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이 정도의 작은 변화라도 생기길 바랐다면 <황금종이>는 적어도 내겐 유의미하다.
돈은 인간에게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
송길영, 교보문고
개인적으로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송길영 인터뷰를 자주 대접할 정도다. 알고리즘이 마치 저자의 청탁이라도 받은 듯 그의 신작을 강력히 권유했다. 책을 읽기 전엔 ‘핵개인’이라는 단어에 끌렸고, 책을 읽은 후엔 ‘시대예보’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였다. 송길영이 캐치한 ‘핵개인의 시대’는 막상 살펴보면 그리 낯설지 않다. 산업 전망이나 시대 예언처럼 먼 이야기를 짚지 않는다. 핵개인의 시대는 이미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상예보가 날씨만 알려주듯, 시대예보도 시대 흐름 정도만 짚는다. 현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분석이나 견해는 찾기 어렵다. 2장에서는 AI의 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시대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다만, 시대 흐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등의 견해는 찾기 어렵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핵개인의 시대를 대비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책을 읽는다고 알기 어렵다. 현상을 짚는 시선은 흥미로우나 깊이를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것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님을,
모든 것은 우리가 지금 만들어 나가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