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독서토론 2일 차
하브루타는 그 중심에 '탈무드'가 있다. 탈무드의 스토리를 읽고 그 속에서 질문하고, 토론하며 교훈을 얻고, 또 새로운 시각을 얻음으로 공동체의 변화 그리고 나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탈무드'는 유대인들의 고유한 이야기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정서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 수도 있고, 조금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탈무드 이외에도 다른 동화로도 접근하는데, 어른이며 아이며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는 전래동화도 많이 활용을 하기도 한다.
하브루타 독서토론 2번째 시간. 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로 하브루타의 질문법에 대해 배웠다. 하브루타의 꽃은 '질문'이다.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문단, 적게는 하나의 문장으로도 수 십 가지의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훈련했다.
먼저, 첫 번째 질문법은 '사실질문'이다. 5W 1H에 입각해 스토리에서 사실을 확인한다. 이는 긴 이야기일 때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사실 확인 훈련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이다. 두 번째는 '상상질문'이다. '만약에~'라는 전제로 작가적인 시각에서 본문에 나오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도 상상하여 질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적용질문'은 '나라면~'을 대입해 보는 것이다. 나와 주변을 알아채고, 둘러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하는 질문법이다. 네 번째는 '심화질문'. 이것은 스토리를 개념적으로 확장하고, 체계화시키는 것으로 시사적인 접근을 해볼 수 있다. 이 심화질문은 스토리의 개념뿐 아니라, 단어 하나를 가지고도 추론하고 개념화할 수 있다. 마지막은 종합질문이다. 즉 전체 스토리를 보고 시사점을 찾고, 교훈을 찾는 질문법이다.
우리는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질문을 만들어보았다.
- 아내는 이제 아이를 둘이나 낳았으니, 무엇을 보여달라 했는가?
- 왜 사슴은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라고 이야기했을까?
- 나라면, 두레박을 타고 올라온 남편이 반가웠을까?
- 과연 선녀의 땅에서의 삶이 행복했을까?
- 나무꾼의 행동은 엄연한 절도가 아닌가?
- 우리 사회에서 팥죽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 시골 노총각의 국제결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한 사람당 약 20개의 질문을 만들어, 옆 사람과 하브루타식 토론을 진행했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또 질문을 오고 간다. 끝이 없는 토론이다.
다만, 그 끝이 없는 토론이 지지부진하거나, 억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브루타의 토론에 임하는 기본자세. 바로 '토론을 통해 나의 선입견을 깨고, 설득당하고자 하는' 마음을 질문하고 대답하는 내내 마음에 품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대학시절 나는 토론하는 걸 꽤 즐겼다. 교내는 물론 대학 토론대회를 준비하고 토론동아리에서도 활동을 했다. 하지만 이 하브루타의 마음과는 참 많이 달랐다.
지금껏 내가 했던 토론의 마음가짐은 ‘이겨야 한다’ ‘내 논리로 저 논리를 눌러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질문은 날카롭게! 대답은 철저하게. 그 속에서 내가 설득당할 수도 있고, 서로의 이해가 쌓여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일까. 지금 생각해보먄 난 아이의 질문에도 그렇게 다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을 보면, ’ 저러다 지고 말지..‘ ‘답답하다..’ 이런 생각들을 마음에 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입 밖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표정에서 드러났을지 모른다.
하브루타 독서토론의 마음가짐을 마음에 장착하고, 아이와 <안네의 일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질문을 던지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못한 상태이니, 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안네에게 일기란 무엇일까?”
아이가 대답한다.
“키티!” (안네의 일기장의 이름, 비밀친구는 키티다.)
일차원적인 답변에 약간 화가 났지만, 참았다. 엉뚱한 질문과 답변은 없다. 그리고 난 상대방의 의견에 설득당하고 나 선입견을 깨기 위해 얘기 중이다. 라며 내 자신을 다독였다. 꾹 참고 다음 질문을 이어간다.
“오 맞아! 그럼 네가 안네처럼 전쟁으로 갇힌 상황에 일기장을 쓴다면 이름은 무엇으로 하고 싶어? “
“쿠로미!” (배시시 웃음이 번진다)
“로즈는 그럼 밖에는 총성이 울리고, 언제 우리를 잡으러 올지 모르는 상황에 쿠로미에게 무슨 말을 할 거야?”
로즈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너무 무섭고, 빨리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을 쓸 거라고 했다.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안네에게 일기란 어떤 존재였을까?”
“무섭고 두려운 걸 마음껏 터놓을 수 있는 친구! 뭐든 얘기해도 될 거 같은 편한 친구!..
엄마! 나도 오늘부터 일기를 써야겠어. “
“오 정말? 갑자기 왜?”
“그냥. 그렇게 뭐든 쓰다 보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은데?”
우리는 그렇게 10분을 넘게 얘기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일기라는 것. 기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에 대해.
나는 딸아이가 대답한 모든 말에 동의하고 설득당했으며, 딸아이도 연신 끄덕대며, <안네의 일기>의 원본이 어딨 는지, 네덜란드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마음가짐 하나 바꾸고 질문하는 법을 한번 연습했을 뿐인데, 우리의 대화가 꽤나 재밌어졌다. 순간순간 딴짓도 하고,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모습에 울컥하는 나 자신도 아직은 남아 있었지만, 한결 발전한 우리의 대화에 감사하며. 다음 하브루타 독서토론 수업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