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독서토론 15주의 기록
2023년 3월 9일. 나는 하브루타 독서토론지도사 2급 수업을 시작했다.
나와 하브루타의 인연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마냥 '세상을 움직이는 많은 유대인들이 어려서부터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를 통해 가정에서, 학교에서 수업을 받았다'는 말을 동경해 왔고, 어느 때보다 바쁜 2013년이지만, 내 시간의 한 부분을 하브루타로 채워보기로 했다.
수업은 한양대에서 진행된다. 이게 얼마만의 캠퍼스인가. 대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설렘인지, 하브루타가 주는 떨림인지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20분이나 먼저 도착한 강의실에는 오늘부터 몇 주간 강의를 해주실 김금선 소장님이 계셨다. 늘 책으로만 만나 뵙던 분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뵙는구나.
어색할 법도 했지만 먼저 도착한 특권으로 나눠 본 소장님과의 대화는, 소장님이 던져주시는 질문들을 이어나가며 20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한 두 명씩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강의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눈으로만 봐도 연령대가 다양함을 알 수 있었다. 20대 혹은 30대, 50대 혹은 60대.
첫날이니 만큼,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이 20명 남짓 되는 이렇게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혹은 손자 손녀들의 교육을 위해, 교육사업을 위해.
다양한 연령만큼이나 각자 하브루타 독서토론에 문을 두드린 이유는 비슷하면서도 각자의 이야기들로 또 다양했다. 결국 우리가 15주가 지난 뒤 나이를 뛰어넘으며 함께 공감하게 될 주제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내 차례가 왔다. 앞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질문했다. 나는 왜 이걸 배우고자 했으며, 왜 그렇게 하브루타에 매력을 느끼는가?
이제 초등학교 2학년 된 로즈의 교육을 위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니 1학년부터 야금야금 시작되었을지 모르는 교육에 변화가 필요하고, 나의 철학을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고, 배워왔던 주입식 시스템은 답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아직 아이를 가르치는 학교, 학원에서는 그 변화가 더디다고 느껴졌다. 또한 나도 달라져야 함을 알지만, 앎이 부족하기에 그 시작이 막연하기만 했으니, 이제는 그 답답함에서 한 걸음 나아가고 싶었다. 학교, 학원이 변하길 바라고만 있기보다 가정에서, 내가 변하고, 배워야 한다는 걸 실천하고 싶었다.
하브루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질문'이다. 질문을 하며 생각을 넓히고, 대답을 하며 생각을 깊게 한다. 또다시 질문을 하며 또 다음 생각의 퍼즐을 찾아간다.
어떻게 하브루타로 독서토론을 하는지 방법에 앞서, 교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본인은 본인에게 얼마나 질문하고 계십니까?"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그 답을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하브루타의 교육 방법에 앞서 우리는 그 질문을 계속 반복해야만 오늘보다 괜찮은 나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질문하라. 그리고 대답하라. 나의 인생 성장을 위한 질문이 뭔지 생각해 본다. 교수님이 매일 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라 하셨다. 이 보다 완벽하고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질문이 있을까. 싶어 나의 인생성장 질문으로 새겨본다.
"너는 오늘 하루 동안 최선을 다했니?"
"가족들에게 오늘의 감정을 표현했니?"
"한 사람을 구하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탈무드
그리고 오늘, 깊게 새긴 말들을 정리하며 오늘 첫 하브루타 독서토론 첫 수업의 기록을 마무리해본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천천히 흘러가고 세상을 놀랍게 바꾼다. 그리고 10년을 공들이면 100년이 행복하다 한다. 아이가 내 품을 떠나 성인이 될 시간이 이제 10년 정도가 남았다. 그전까지의 시간도 분명히 헛되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10년을 하브루타가 가진 것들을 배워가며 멋진 아이로, 또 멋진 부모로의 시간을 만들고 싶다.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시간이 100년까지는 안될지 몰라도) 앞으로의 10년, 또 그다음의 10년, 10년, 10년... 을 행복하게 키워나가고 싶다. 나는 히어로도, 별다른 초능력도 없다. 그러니 그냥 이렇게 소박하게 혹은 거창하게 그렇게 세상을 구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