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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너리 Nov 02. 2022

32살, 주니어 IT 서비스기획자가 되다 (1)

前 7년 차 패션 MD의 직무전환 스토리



7년 차 패션 MD가 이전 커리어 포기하고,
32살에 주니어 IT 서비스기획자를
선택하게 된 솔직한 이야기









25살 패션회사 입사 - 백화점 영업관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느 선배들처럼 유통업계에 발을 들이며 25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모패션회사에 백화점 패션층 영업관리자로 입사하게 됐다. 패션 전공자는 아니지만 옷 입기를 좋아하고 쇼핑을 좋아하던 대학생으로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일 자체가 흥미로웠다.


주 업무는 담당층에 입점된 60여 개의 브랜드 본사와 소통하며 영업전략을 세우고 프로모션을 기획하는 것. 업무의 목표는 한 가지! '매출 성장'이었다. 그래서 브랜드 본사와 소통하면서 다른 유통점포와 차별화될 수 있는 프로모션 가격을 협상하고 물량을 끌어오기 위해 힘을 썼다.



이미 만들어진 옷을 어떻게 판매하는 게 아닌,
내가 진짜 잘 팔릴만한 상품을 만들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고객의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결국 내가 쇼핑하는 기분으로 매장을 보고, 디피된 옷을 보면서 어떻게 더 사게끔 할까를 늘 고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루 13시간씩 근무하면서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다. 그렇게 3년 반 동안 영업관리 직무에서 상품 운영에 가까운 영역을 다루면서 좀 더 깊이 있게 상품에 대한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잘 팔리는 옷을 직접 만들고 싶다 - 상품기획MD


  옷을 직접 기획해보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사내이동을 통해 본사 여성패션MD 로 이동했다. 물량과 프로모션이 핵심이었던 영업관리자 관점과는 정말 다르게 아이템, 상품단위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했다. 기획MD는 옷의 디테일을 보는 것이 중요했고, 트렌드/시즌 컬러/기장감/패턴/구성요소 등등 점차 패션 전문가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물론 전문가인 디자이너들이 있었지만 비전공자로선 기본적인 패션지식만으로도 새로운 영역이었다)



 연간 70억, 100억 단위의 브랜드 예산을 가지고 직접 시즌을 설계하고, 전략상품을 기획하는 상품기획MD 역할은 브랜드의 구성원이면서도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가장 많이 하는 준 리더의 자리였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한테 이걸 결정하라고 시킨다고? 내 결정이 작게는 몇백만 원, 크게는 몇억까지의 손실과 이윤을 낼 수 있는 중요한 건데?라는 생각에 겁이 났는데 덕분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고심하여 결정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특히 전략상품은 판매시기보다 최소 8개월~12개월 전에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데, 내년 트렌드를 예상해서 상품을 만드는 게 부담이 많이 됐다.


 예를 들어 격자무늬 패딩이 내년에 잘 팔릴 것 같아서 1000장 만들었는데 갑자기 유행이 휘리릭 바뀌어서 무봉제패딩이 유행한다면 그만큼이 재고 손실로 남을 테니.... 보편성+트렌드를 적절히 고려해 상품을 만들어야 하니 이 얼마나 고민스러운가.



 대신 고객조사를 통해 찾은 인사이트를 상품에 반영해 전략상품을 만들고 해당 시즌에 이 상품이 터졌을 때, 그 쾌감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어느 한 브랜드는 내가 기획한 전략상품이 첫 시즌에 터져서 이후에 원단과 컬러감을 버전업 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리딩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래서 상품기획이 중요하구나!' 싶었다.




소비 양극화
코로나 19
온라인 확장/ 저물어가는 오프라인유통






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유통업


 점차 확장하던 온라인(이커머스)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를 더했고, 거기에 소비양극화 현상이 더해져 오프라인 유통점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유통은 어려워질 것이다'라는 전망은 있었지만,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생기면서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시대의 변화가 오는구나 싶었다.


특히 매출의 핵심1) 정상상품을 구매하는 충성고객을 얼마나 유지하느냐, 2) 신규 고객을 얼마나 모집하느냐?


결국 이 2가지인데 내가 있던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단기매출을 위한 프로모션(할인)으로 정상고객이 줄어드는 회사의 방향성에 채찍을 더했다. 독보적인 콘텐츠 혹은 채널이 필요한 시대에 디브랜딩을 권장하는 회사라니... 회의감을 느끼며 커리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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