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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너리 Nov 09. 2022

32살, 주니어 IT 서비스기획자가 되다 (2)

前 7년차 패션MD의 직무전환 스토리


7년차 패션MD가 이전 커리어 포기하고,
32살에 주니어 IT 서비스기획자를
선택하게 된 솔직한 이야기







나의 시장가치를 올리는 방법


 어느날 회사에서 빅데이터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있었었다. 교육이 거의 없는 회사인데 운좋게 참석자로 선정이 됐다. 사내 빅데이터 시스템 사용에 대한 교육이었는데 이제는 빅데이터시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 왔지만, 회사에서 다루는 엑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왔던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왔나 현타를 맞은 시간이었다. 약 40분 정도의 짧은 교육을 들으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업계에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발하는 빅데이터에 대해 내가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이걸 잘 활용하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테니, 앞으로를 위해 데이터 공부는 꼭 필요하겠다.'







그러면 지금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뭘까?




 IT회사가 최고다. 개발자 연봉이 엄청나더라.의 이야기는 많이 들으면서도 IT영역자체를 막연한 남의 일처럼 생각했었는데, 그 교육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데이터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생겼다. 내가 당장 준비할 수 있고, 빠르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여 결정한게 바로 '자격증'이었다. 쇳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 주 바로 SQLD 자격증 시험을 접수했다. (SQLD는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데이터자격검정 자격증 중 하나로, 요즘 플랫폼 회사들에서는 엑셀처럼 기본툴로 많이 사용한다. 실제 이직 준비를 하면서 우대사항에 있는 경우도 종종 보았던 자격증)


 시험을 3주 앞두고 퇴근 후 유투브 강의를 보며 독학을 했다. 퇴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평소에 생각했었는데 나도 할 수 있는 거구나! 루틴한 업무가 아닌 두뇌를 쓰며 오랜만에 공부를 하니 머리가 안돌아가서 힘들긴 했지만, 목표가 확실한 상태에서 공부를 하니 재밌었다.



SQLD 결과 발표날



 떨리는 마음으로 로그인 하여 결과조회 버튼을 눌렀는데, 안정적인 점수(74점)로 합격 결과를 받았다. 찍은 문제도 많고 합격에 자신 없었는데, 비전공자로서 이 합격 결과 하나가 나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충전해주었다.




하고싶으면 해야지!


 자격증은 땄으나 사실상 7년의 패션MD 경력으로 IT업계로 이동하기란 쉽지 않았다. 커머스 온라인 MD로 이직준비를 하면서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온라인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는데, IT라는 아예 새로운 업계의 새로운 직무는 더욱 장벽이 높았다. 처음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 것은 그룹사 내 IT계열사로 사내이동하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는 외부 채용보다는 내부 직무순환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경력과 무관하게 직무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 곳인 특징이 있다. 타회사의 신입으로 가기도 경력으로 가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사내이동은 굉장히 좋은 메리트였다.


 우연히 시험 3주 뒤 바로 사내공모가 떴다. 이 타이밍에 IT계열사 기획직무라니 나를 위한 기회가 아닌가? 무조건 지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기존 커리어를 엮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영업관리자, 상품기획MD, TFT 2회 경력을 하나씩 꿰어보니 공통점/강점은 3가지.



패션(커머스), 커뮤니케이션, 기획
 1) 패션 커머스 - 패션유통업에 7년간 있으면서 기본적으로 유통구조나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직접 사내 시스템을 사용해본 유저로서 이용자의 관점을 알고 있었다. 1차 고객, 2차 고객의 관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니 요구사항을 이해하기 쉬웠다.
2) 커뮤니케이션 - 영업관리를 하면서 브랜드 100여개의 협력사와 소통하고, 기획MD로서는 디자인실/소싱/영업/본부 사이에서 소통창구 역할을 하면서 의사소통능력을 쭉 키워왔다.
3) 기획력 - 그동안 업무 스타일을 볼 때 행동력보다는 전체 구조와 틀을 짜는 기획을 좋아했다. 기획MD를 하면서 한 브랜드의 시즌 판을 짜고 세부적으로 계획을 작성해 꼼꼼하게 일하는 법, 기획적 사고능력을 키웠다.





 서류에 합격하고 비대면 면접을 통해 사내공모에 합격했다. 합격을 하고도 과연 사업부 이동을 하는게 정말 맞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직무전환'이라는 결정은 많은 고려요소가 필요한 정말 중요한 사안이었다. 사실상 7년간 쌓아온 패션MD 경력이 무시될 수 있는 상황이고, 입사 이래로 내가 쌓아온 커리어가 어쩌면 0으로 돌아가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과 동일했기 때문에 두려웠다. 4년전 28살에도, 2년전 30살에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도 충분히 빠른 시기였던 것 만큼 나중에 돌아보면 지금도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충분한 시점일 것일 것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가까운 지인들과 이 상황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하며 응원과 격려를 받았고 자신감을 얻었다.




만약 실패하면 좀 어때?
인생은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성공과 과정일 뿐이다!



나의 인생을 90살로 볼 때 32살은 이제 3분의 1 온 시점이고 절대 늦지 않은 나이인게 분명했다(오히려 빠르면 빨랐지 ㅎㅎㅎ)


50대에도 새로운 인생을 펼치는 사람이 많은 100세 시대에 나는 얼마나 파릇파릇한 청춘인가!!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고, 지금껏 인생을 돌아볼 때 해서 후회했던적은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22년도 여름, 나는 리테일 경력을 과감히 끝내고 7년차의 경력인 주니어 서비스기획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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