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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파수꾼 Sep 28. 2022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세라비(C'est la vie)

쾅! 


내 몸이 앞으로 쏠렸다. 안전벨트가 쏠리는 몸을 잡아채면서 운전대와 충돌은 면했다. 추돌사고였다. 


추석을 2주일 앞둔 토요일, 정오를 갓 지났을 때였다. 재작년 돌아가신 장인의 유골함을 모신 경기도 광주의 추모공원을 다녀오던 길이다. 추석을 앞둔 주말인 만큼 광주에서 성남으로 들어오는 도로 양방향은 차로 가득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받고 멈춰서, 아내와 오늘 점심 뭘 먹을까 얘기하던 중이었다.


차 밖으로 나가니, 딸 또래의 젊은 여성이 죄송하다며 어쩔 줄 모른다. 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우선 다친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 다행히 없단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머뭇거렸다. 보험회사에 전화해야지 생각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그런데 내 보험회사 이름이 순간 떠오르질 않는다. 요즘 들어 누구랑 말할 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그거, 저거 등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이 그때랑 다를 바 없다. 보험회사는 보험회사인데, 무슨 보험회사인지 이름이 생각나질 않았다.   


핸드폰 연락처 검색창에서 검색했다. 겨우 내 차 보험회사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사고 상황을 설명하니, 상대 차량 보험회사에 접수해야 한다고 한다. 상대 운전자에게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하라고 얘기해 주고, 핸드폰으로 사고 현장을 찍었다. 차 시동을 끄고 비상등을 켠 다음 아내와 함께 도로 밖으로 나왔다. 


처서(處暑)가 지났건만, 늦여름 한낮의 태양은 뜨거웠다. 태양이 내뿜는 열기는 나와 아내가 서 있는 가로수 아래 그늘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늘에서 쉬고 있으니, 사고 직후에는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어깨와 허리로 밀려왔다. 가뜩이나 막히던 도로에 사고 차량 두 대가 멈춰 있으니, 도로는 더 혼잡해졌다. 어떤 차는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내 자의로 만든 상황이 아니건만, 나 때문에 도로가 막히는 것 같아 안절부절 가시방석이다. 더위와 통증, 거기에 혼잡한 도로 상황이 겹치니 짜증이 밀려왔다. 눈앞에 있지도 않은 보험회사 직원에게 짜증 섞인 말을 내뱉는다. “사고 접수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왜 안 와?” 


1시간 정도 더 기다리니 보험회사 직원이 왔다. 보험회사 직원은 자신의 태블릿 PC에 사고 상황을 기록하고 현장을 촬영했다. 그러더니 내 차 블랙박스를 봤으면 좋겠단다. 블랙박스에 저장된 후방 카메라 영상을 같이 봤다. 뒤 차는 어떤 망설임 없이 다가오더니 내 차를 들이받았다. 보험회사 직원은 자기 핸드폰으로 이 영상을 촬영한 후 자기 명함을 주며 이제 가도 된다고 했다. 사고 발생 2시간 여가 넘어서야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점심은 건너뛰고 병원을 찾았다. 다음 날이 일요일이라 오늘 치료받지 못하면, 주말 내내 통증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조바심에 핸드폰으로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교통사고 전문병원을 검색했다. 다행히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았다. 집에 와서는 한의원에서 준 파스를 허리에 붙이고 내 방에 몸을 뉘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이쿠’하는 신음이 나도 모르게 새 나왔다.


나는 차가 나와 내 가족의 안전에  직결돼 있어, 차 유지관리에 무척 신경 쓴다. 차를 운전하기 전 타이어에 이상 없는지 확인한다. 때가 되면 서비스센터에 가서 엔진 오일을 교체하고, 타이어 마모상태, 제동 장치와 배터리 등을 점검한다. 운전할 때는 앞 차와 거리를 여유 있게 둔다. 평소에 안전 운전에 신경을 써왔는데, 추돌사고를 당했다. 그것도 사고가 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꽉 막힌 도로에서. 


평소 대비를 잘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것 같다. 어떤 일에 대비는 하되, 그 일이 일어났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좀 더 여유롭고 열린 마음을 갖는 연습을 해야겠다. 앞으로 추돌사고에 좀 더 신경 쓰며 운전해야지, 추돌사고 무섭다고 운전을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허리가 아프긴 하지만,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니 그나마 다행이야, 물리치료하느라 한의원을 다녀야 하는 게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져 불편함은 곧 잊게 될 거야라고 말이다. 


인생의 물결에 나를 온전히 맡기는 것, 그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길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주문을 외워야겠다. '인생이 다 그렇지 뭐!(C'est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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