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밀밭파수꾼 Sep 26. 2022

우리는 전기 없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8월 8일 밤 10시경. 갑자기 집안의 모든 등이 꺼졌다. “또 내려갔나?” 생각하며 핸드폰 빛으로 누전차단기를 비추며 점검했다. 오래된 아파트라서 에어컨같이 전력 용량이 큰 전자제품 두세 개를 함께 쓰다 보면 누전차단기 스위치가 내려가곤 했었다. 


하지만 스위치는 정상 위치에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 너머 다른 동을 보니, 온통 검은색이었다. 아직 이동통신망은 살아 있는지, 주민 단톡방에 우리 아파트 단지 전체가 정전됐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퇴근 무렵부터 시작된 집중폭우로 아파트 기계실이 침수됐다고 한다. 


정전으로 급수펌프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니 수돗물이 곧 끊겼다. 수돗물이 끊기니 변기에 물을 채우지 못해 화장실도 쓸 수가 없었다. 화장실 가는 것도 참으며, 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도 정전이었다. 전기레인지나 전기포트로 물을 끓이지 못하니 컵라면조차 먹을 수 없었다. 전기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아침 식사도 거른 채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만 했다. 짐을 싸 문밖을 나섰지만,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전기가 사라진 집은 더 이상 보금자리가 아니었다.


우리 일상은 전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집에서 늘 사용하는 형광등, 핸드폰, 컴퓨터, TV, 압력솥,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전기로 가동한다. 우리가 출퇴근이나 통학할 때 타는 지하철과 기차도 전기로 움직인다. 전기가 끊기면, 사무실이나 공장도 멈춘다. 도로 신호등, 이동통신망, 은행 전산망 등도 무용지물이 된다.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는 환자들은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전기를 쓰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스위치만 켜면 언제든 전기를 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폭우 같은 자연재해 때문에 정전이 될 수 있다. 또 전기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정전되는 대정전(Blackout)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아파트처럼 일부 지역만 정전되면, 전기가 공급되는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수 있다. 그런데 대정전이 일어나면 대피할 곳도 없다. 국가 시스템 전체가 마비돼, 인명 피해는 물론 재산상 피해도 천문학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정부는 한여름이나 한겨울처럼 냉난방 등으로 전기 수요가 많아지는 때가 되면, 전기공급 부족으로 대정전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전기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커질 것이다. 


기후위기와 사회 발전이 전기수요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대신 깨끗한 전기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수송‧건물 부문 에너지 등을 전기화 및 수소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 가정도 삶의 질이 높아지며 점차 더 많은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가스레인지가 전기레인지로 바뀌고, 식기세척기와 스타일러 등 새로운 가전이 등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도 늘고 있다. 


또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는 초연결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전기공급이 부실한 디지털 사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기는 석탄, 석유, 우라늄 등 1차 에너지를 전환해 만든 2차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매년 발간하는 에너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3%다. 금액으로는 약 896억 달러다. 이도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전년과 비교하여 약 32% 준 금액이다. 해마다 변하지만, 에너지 수입액은 대략 우리나라 총수입액의 약 1/4 수준을 넘나 든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도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불리하다.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과 같이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수 없다. 지정학적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도 여의치 않다. 최근 국제정세도 우리 에너지 수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서방권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제한은 천연가스 가격을 상승시키고,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는 에너지 대란을 불러왔다. 


우리 가족은 전기 없이 만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 태풍이나 폭우 등으로 집이나 상가가 침수된 피해를 본 이재민들 뉴스에서 보면, 우리 가족이 겪은 일들이 생각나, 남의 일 같지 않다. 얼마나 힘들고 불편할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빠른 피해 복구가 되길 바랄 뿐이다. 


우리 정부가 지금의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우리나라 모든 가정과 기업이 전기공급이 안 돼 힘들고 불편한 상황에 빠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전기 없이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