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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밀밭파수꾼 Nov 22. 2022

남을 위한 글쓰기

①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해라.

일기 같이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면, 글은 웬만하면 남에게 읽히기 위해 쓴다. 


그런데 왜 남에게 글을 읽혀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글 쓰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즉, 글쓴이가 독자에게서, 글쓴이가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 글을 쓴다. 


글쓴이가 원하는 반응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아이들을 위한 글은, 아이들이 읽고서 무언가를 깨닫거나 배웠으면 하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어른들을 위한 글은, 우리가 겪은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여, 이해와 감정적 지지를 보내줬으면 하는 기대를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쓰는 자기소개서는, 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읽고서 해당 지원자에게 관심을 보이게 만들어, 직원으로 뽑아주길 희망한다.

<글쓴이와 독자 사이의 관계>


이처럼 남에게 읽히기 쉽고, 글쓴이가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글을 쓰기 전에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이 산란해져, 독자도 그 글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혼돈에 빠지게 된다. 


글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독자 또는 독자들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그래야 독자의 배경과 관심사 등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글을 써서, 글쓴이가 원하는 반응을 더 수월하게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자가 아이들이라면, 그 아이들의 연령대, 지식수준과 관심사 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문장과 단어들을 사용하여 글을 써야 한다. 아무리 수려한 문장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다 해도, 그것을 읽는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에게 맞는 글이 잘 쓴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있다고 하자. 어느 기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 요즘 채용 과정에서 면접이 중요해지면서, 면접의 기초자료가 되는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취업준비생이 ‘자기소개서’라는 겉보기 명칭에 착각하여 자기 경험이나 성격, 학력을 주저리주저리 나열하는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이것은 큰 착각이다. ‘자기소개서’의 본질은 ‘인사담당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나의 역량과 경험, 마음가짐 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여, 인사담당자가 내게 관심을 가져 결국에는 나를 뽑도록 인사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한 문서’이다. 그러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이것을 읽는 인사담당자 처지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이라면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둘지, 어떤 사람을 뽑으려 할지를 나름대로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해당 기업을 대리하여 사람을 뽑는 것이니, 해당 기업 홈페이지 등을 찾아가, 이 기업의 비전이나 경영목표, 인재상 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보고할 보고서를 쓸 때도, 내 입장만 생각해 쓰면 안 된다. 그 보고서는 직장 상사가 해당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거나 의사결정 등을 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직장에서 보고서를 쓸 때는 그 보고서를 읽을 상사 또는 상사들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사들의 전공 등 배경지식 유무나 관심사 등을 반영해, 그들이 이해하기 쉽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출발점은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아는 것이다. 일반인처럼 독자가 좀 불분명하다면, 독자의 성별이나 연령대 등을 좀 더 한정하고 그들의 몇 가지 일반적 특성을 미리 파악해 독자층을 좀 더 구체화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그리고 분명히 할 수 있기 떄문이다. 


요약하면, 좋은 글쓰기의 출발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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