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직도 80년대 의료법으로 미래를 논의하는가

간호법 논쟁 이전에 묻지 않았던 질문들

by 이나영

신문을 읽다 문득 멈춰 섰다.

우리 헌법은 1987년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렇게 늦게 와서야 체감될 줄은 몰랐다.


나는 간호사로 일했고, 의료법을 공부했고,

21세기에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우리는

80년대에 설계된 의료법의 틀 안에서

21세기 의료를 설명하고 운영해왔다.


이건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국가가 구조를 갱신하지 않은 시간의 결과다.



하위법은 계속 고쳐왔지만, 구조는 그대로였다


의료법은 수차례 개정됐다.

비대면 진료, 의료기록, 기관 운영 규정도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부분 수정이었다.


의료의 철학,

의료인의 역할과 책임,

직역 간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상위 설계가 아닌

하위법과 별도의 법으로 봉합해왔다.



그래서 간호법이 등장했는지도 모른다


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이었고,

현장은 당장 사람이 필요했다.

전면적인 의료법 개정은 너무 크고 위험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간호법 + 하위법 수정이라는 우회로였다.


그러나 의료법의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미국식 PA 모델을 기능 단위로 가져오는 시도는

이식이 아니라 접붙이기에 가깝다.


그 결과, 가장 먼저 부담을 지는 것은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현장의 간호사들이다.


역할은 늘고,

책임은 불분명하며,

법적 보호는 여전히 약하다.



이 논쟁은 직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찬반의 문제로만 다루는 순간

본질은 사라진다.


이건 간호법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왜 우리는 의료법 자체를 다시 묻지 못했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왜 우리는 헌법과 상위법을

‘시대에 맞게 갱신하는 일’을

40년간 미뤄왔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알게 되니, 움직이기 전에 멈추게 되었다


신문을 읽고, 구조를 보게 되니

할 말이 많아졌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움직이려면

제대로 알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통령 한 사람으로

헌법은 바뀌지 않는다.

결국 방향을 만드는 것은 여론이고,

여론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답을 내리기 위한 글이 아니다.

다만, 질문의 순서를 바로잡고 싶었다.


간호법 이전에 의료법을,

의료법 이전에 국가의 설계를

우리는 언제 다시 묻기 시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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