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동호인들의 오리지널 오디오에 대한 집착은 짜게 먹으면 목이 마른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인다. 우선은 오리지널은 복각에 비하여 음질이 다를 것이라는 믿음에 그 끈끈한 근원이 있을 것이며 또한 다시 팔 때 제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리지널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또는 복각이나 유사 제품이 오리지널에 못지않는 품질을 가졌을 경우 편견을 버리고 사용해 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부품인 경우에는 메이커에서 법이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부품 보관 년 수인 10년이 지나면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시중에 나와 있는 대안 부품을 찾아서 실험을 통하여 호환 가능성을 검증해 봐야 한다.
JBL 375 오리지널 진동판도 마찬가지이다. 가뭄에 콩 나듯이 eBay나 장터에 나오는 375 진동판은 미 사용 서비스 부품이 아니라 사용하던 375 드라이버에서 적출한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 위하여 375 진동판의 대체품으로 알려진 Radian 진동판을 2011년 하반기에 구매하였다. 잘 포장돼서 온전한 상태로 USPS가 배달해 주었다. 며칠 후 375에서 오리지널 진동판을 꺼내고 Radian으로 대체해 보았다. 비교 시청의 용이함을 위하여 우측에는 오리지널 진동판을 그대로 두고 좌측만 Radian으로 교체하여 프리 앰프의 밸런스 스위치를 돌려가며 비교 청취하였다.
마Radian이라는 회사는?
Radian이라는 회사는 진동판뿐만 아니라 Compression Driver, Coaxial Loudspeaker, Loudspeaker System을 생산하는 설립한 지 30년이 넘은 미국의 회사이다. 또한 Driver를 OEM으로 Meyer Sound, Apogee, OAP, BOSE 등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다.
JBL 오리지널 진동판들은 단일한 알루미늄(또는 티타늄) 판에서 진동판 Dome과 Surround를 동시에 성형한다. 이로 인하여 대출력 상황에서는 손상되기가 쉽다고 한다. (가정에서 소출력으로 사용할 때는 전혀 문제없음)
Radian 진동판은 이러한 오리지널 진동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Dome과 Surround를 다른 재질로 성형하고 접합하는 공법을 사용한다. Dome은 JBL 오리지널 진동판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Surround는 Mylar라는 재질을 사용한다. Mylar는 미국의 뒤퐁사에서 제조하는 절연재료로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필름을 대신하여 1950년 후반부터 발매된 강화 폴리에스터 필름이라고 한다. 얇은 막으로 만들 수 있으며 기계적인 강도가 높아, 열, 냉기, 습기에 대한 저항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Mylar Surround를 사용함으로써 좀 더 부드러운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고 Harmonic Distortion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생김새를 비교해 보면 JBL 오리지널 진동판의 Surround는 Half Roll 형태이고, Mylar Surround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약간 각이 져 있다.(사진 상으로는 흐릿하게만 구분 가능)
Radian 진동판의 소리 성향
비교 청취는 아래와 같은 조건에서 실행하였다.
- 저역은 C55 인클로저에 더블 우퍼가 장착되어 있고
- 중역은 375 드라이버가 진선 복각 HL88에 부착되어 있고
- 트위터는 077이다.
- 재생 주파수 대역은 500Hz ~ 8000Hz이고
- 매칭 앰프는 매킨토시 MC240으로 RCA 6 L6 G 출력관이 장착되었고, 초단관은 텔레풍켄 12 AX7, RCA 12 BH7, Mullard 12 AU7이다.
첫 음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리의 번개가 내 귀를 타고 와서 뇌를 때렸다. 넓은 음장감, 청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운, 무엇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내가 중역의 Reference로 사용하는 kate Purcell의 ‘Reason to Leave'와 Luca Colombo의 ‘Let it Be'를 우습게 통과해 버렸다. Radian에서 홍보를 위하여 작성한 내용 대부분이 허세가 아니었음을 귀로 확인 할 수 있었다.
1950~1960년대 만들어진 Compression Driver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졌다 해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마모가 진행된다. 375 진동판도 보빈과 코일이 떨어져서 소리의 질이 감소된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경우 적절한 조치를 할 경우 청명한 제 소리를 찾게 된다. 문제는 이도 저고 아니고 회복 불능으로 빠져 버린 경우다. 375 오리지널 진동판을 서비스 부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요즈음 Radian 진동판은 강력한 대안이 된다. JBL 2440이나 2441과 같은 프로용 진동판도 마찬가지다. Radian으로 변경하여 변화의 경험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의 귀는 소리가 바뀌는 순간에는 차이를 일부 느끼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을 경우 수 십 초가 흐른 다음에는 새로운 소리에 적응하여 전의 소리와 무엇이 달랐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오리지널 부품의 소리가 무조건 좋다는 미신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질 수만 있다면 많은 대안이 존재하는 실제 세계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