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가 보여준 것

by Mia 이미아

몸의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기 시작한 것은 불명열이 시작되고 나서부터였다.


처음에는 동네 내과 의사의 권고대로 한 단순한 체온 확인이었다. 체온을 매일 관찰하면 일정한 패턴이 보여서 열의 원인을 파악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매일 눈을 뜨자마자, 자기 전에, 그리고 중간중간 체온을 측정하고 타임스탬프 앱으로 기록했다. 결과는 내가 몸으로 느낀 것과 같았다. 실제로도 불규칙했고, 뚜렷한 패턴은 없었다. 그래도 그 수치를 일일이 엑셀에 입력해 그래프를 완성했다.


대학병원 진료실에서 그 그래프를 꺼냈다. 의사는 잠깐 보더니 그냥 넘겨버렸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매일 37~38.5도를 오가는 열 때문인지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졌다. 소파에 앉았다가 일어나거나 갑자기 움직이면 더 심했다. 또,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이 높게 나왔다. 고혈압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더 이상 높아지면 위험하다고 했다. 혈압은 집에서 간단히 측정할 수 있기에 가정용 혈압계를 구입해 측정을 시작했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측정할 때 나의 위치에 따라 수치가 달랐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와 식탁에 앉아 있을 때의 혈압이 다르게 나왔다. 큰 차이는 아닐 때도 있었지만, 어떤 날은 분명하게 차이가 났다.


몸의 위치가 바뀌는 것만으로 수치가 달라진다는 점이 낯설었다.


어지러움은 그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거나, 자리를 옮길 때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시야가 잠깐 흔들리는 날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 나아졌지만, 그 순간의 불안정함은 분명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한 번만 측정하지 않게 되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도 자세를 바꿔가며 여러 번 측정했다. 누워서, 앉아서,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측정했다.


기록을 남기면서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몸의 상태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조건에 따라 변하는 값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자세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자율신경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2021년이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지나영 박사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자율신경계 이상을 진단받기까지 오랫동안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의심받고, 입증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증상들이 나와 닮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하다는 말로 뭉뚱그려졌던 것들이, 처음으로 언어를 얻는 느낌이었다.


이후 병원에서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기본적인 생리 현상으로서의 자율신경계 이외에는 관심이 없거나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알지 못한다. 확정된 진단은 아니었지만, 여러 증상을 하나로 묶어 생각할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수치를 단순한 결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어떤 상태에서, 어떤 조건에서 변화하는지 함께 기록하기 시작했다.


몸은 같은 상태를 유지하지 않았다. 움직이는 순간, 수치는 달라지고 있었다.



혈압은 한 번만 측정하지 않고, 자세를 바꿔가며 반복해서 측정한다. 누운 상태, 앉은 상태를 나누어 기록하면 변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세를 바꿀 때 어지러움이 있는 경우, 천천히 움직이고 잠시 멈추는 시간을 둔다.

증상이 있는 날에는 이동 횟수와 활동량을 줄이고, 누워 있는다.

수치와 함께 그날의 상태(피로, 수면, 활동량)를 함께 기록한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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