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모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에너지절약 모드의 인간

by Mia 이미아

내 몸은 마치 오래된 스마트폰과 과열된 컴퓨터를 합쳐놓은 것 같다. 내가 가진 배터리는 항상 부족하다. 충전이 된 것 같아도, 화면을 몇 번 켜는 순간 바로 방전 경고가 뜬다. 이 배터리가 충분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그나마 짧은 시간이라도 버텨주기를 바라며 충전을 반복해 왔다. 내가 더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니다. 충전기를 꽂아두고 쉬어 보기도 했고, 앱을 덜 실행하려고 절전 모드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이 오래된 기기의 한계는 내가 어떻게 애써도 바꿀 수 없다.


3년 전 불명열이 시작된 후로는 내 몸이 과열된 컴퓨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간단한 작업만 했을 뿐인데도 갑자기 시스템이 느려지고, 팬이 고속으로 돌며 열기를 뿜어낸다. 잠깐 멈춰서 쉬라는 경고 같지만, 그게 쉽지 않다. 살아가기 위해 할 일들이 쌓여 있고, 쉬는 순간에도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대기 중이다. 결국, 한계를 넘어서 버리는 때가 오면, 시스템은 다운된다. 화면이 꺼지고 모든 게 멈춘다. 그제야 비로소 강제로 리셋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렇게 해봐." "이 방법(약, 식이요법, 병원치료 등)을 써보면 나아질 거야." 그 말이 나쁜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 말이 주는 무게는 간신히 서 있는 나를 짓누른다. 마치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충전하지 않았거나, 컴퓨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아무리 최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고 해도, 하드웨어의 한계는 변하지 않는다. 이 오래된 스마트폰과 과열된 컴퓨터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내 일상이고 삶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내 이야기를 너무 무겁게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이 기기들과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충전이 더 오래 걸리는 걸 인정하고, 방전되기 전에 미리 멈추는 법을 연습한다. 팬이 돌기 시작하면 무리하지 않고 눕는다. 가끔은 더 나은 장비가 있으면 어떨지 상상하기도 하지만, 결국 이 기기들이 나의 몸이다. 고장 나고 느려질지라도,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쓰고 있다고 잘하고 있다고 하는 따듯한 이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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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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