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만두기로 했다

교과서 밖의 환자

by Mia 이미아

병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말은 이미 수십 번 들어온 것과 다름없었다. "살을 좀 빼셔야겠네요." 잠시 후 이어진 말도 예상 가능했다. "식단을 바꾸시고, 운동도 시작하세요." 지난번 정밀검사 결과, 지방간에 더해 간섬유화 수치까지 ‘관리 필요’ 단계에 들어섰다는 설명이었다.


의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특별한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건네진 그 조언들은 가슴에 닿기는커녕, 오히려 깊은 허무함만 남겼다.


'사실 나는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심지어 날씬했던 시절에도 지방간은 있었어. 허리 통증 때문에 오래 서 있는 것조차 힘들고, 운동? 조금만 움직여도 며칠씩 누워 있어야 한다고. 약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지. 남들보다 예민하게 반응해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체질인걸.'


머릿속에서는 이런 반박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결국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설명할 만한 기력도 없었고, 그 설명이 의사의 이해로 이어질 거라는 희망도 없었다. 의사는 교과서에 적힌 대로 진료했을 뿐이고, 나는 그 어떤 의학 교과서의 페이지에도 존재하지 않는 예외 사례였을 뿐이다.


"지금은 약물 치료가 필요한 단계는 아니고요. 더 상태가 나빠지면 그때 다시 봅시다."

그 말은 진정한 치료보다는 단순한 경고 같았다.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은 없이, 결국 책임은 다시 나에게 떠넘겨졌다.


"살을 빼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내가 물었을 때, 의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위고비'라는 약을 제안했다. 부작용에 대해 물었던 건,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돌아온 건 단호한 한 문장뿐이었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어요."


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겪어온 약물 부작용들을 늘어놓고, 남들과 다른 내 체질에 대해 설명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경험을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갑자기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진료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 상태에 정말 답이 없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이 짧은 진료 시스템 안에서는 내 문제를 풀 수 없었던 걸까?


겨우 3~5분의 진료 시간으로는 내가 겪는 통증의 본질도, 회복에 걸리는 특별한 시간도, 약에 대한 나의 깊은 두려움도 제대로 전달될 리 없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던 것은,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었다.


집에 돌아와 오늘의 할 일 목록에서 두 가지를 과감히 지웠다. '살 빼기'와 '운동 시작하기'.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던 계획들을 내려놓는 대신, 내 방식대로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


오늘부터는 이렇게 살기로 했다. 간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하루. 통증이 악화되지 않는 선택들만 하기. 그리고 내 몸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움직이기.


이것이 완전한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인 방법이자,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회복을 인내하며 기다리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한 것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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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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