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나의 아무거나에 푸바오가 있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 푸바오는 결국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한 채 중국으로 떠나버렸고
지금쯤이면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던 여유는 여전히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다 꺼내놓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그것이 그림의 좋은 점이다.
안에만 있는 것을 밖으로 꺼내어 나도 보고 남들도 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
싫은 것은 그려내면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는 대상과 마주할 수 있고,
좋은 것을 그려내면 보기만 해도 좋은 것이 또 하나 더 생겼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굳이 답을 찾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속 편해지고 싶어서 이것저것 끄적였는데
늘어놓아진 것들을 보니 나에게 여유가 무엇이었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유명한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커피 한 잔의 여유.
나는 커피는 마시지 않으니 나에게 맞게 바꾸자면
아이스티 한 잔의 여유쯤 될까.
맛있는 빵 하나 아니 둘 아니 셋 정도 받고 시원하고 달디단 수박까지 맘껏 퍼먹을 수 있는 여유.
하루 온종일 빼서 에버랜드에 바오가족들도 보고 다른 동물친구들도 다 만나고 올 수 있는 여유-
를 보고 싶었으려나.
푸바오도 더 넓고 맛있는 대나무와 죽순이 널린 여유로운 공간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나도 나의 여유에 잘 도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