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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이랬다가 저랬다가

by E글그림

































일주일에 한 번 올리는 그림일기에 못 다 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일이라면 주에 3일만 써도

1년이면 따라잡고 현재로 데려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어느새 또 2년 치가 밀려버렸다.

3년째 여전히 과거의 나를 만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있다.


사정은 항상 생기고 이유와 핑계를 가르는 한 끗 차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바늘을 쳐다만 보게 되던 날들이었다.

이러다 정말 도낏자루 썩겠구나 싶던 차에 선선해진 날씨가 등 떠밀어 줘서 겨우 다시 먼지를 털어 보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쓰다 만 글이 '이랬다가 저랬다가'였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치 내가 글쓰기를 대하는 자세였던가 지레 뜨끔하고는 아닌 척 아무렇지 않은 척

2년 전의 내가 그린 그림과 반년 전의 내가 남긴 글을 다시 읽어 본다.




나이가 쌓이니 오락가락하는 것들이 는다.

간단한 오타는 말할 것도 없고 실수를 하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중에서 숫자와 관련된 일은 놓치면 머쓱하다가도 어차피 실체도 없는 것,

약속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무엇쯤 잊어버렸다 한들 좀 어떠랴 싶기도 하다.


하지만 형체가 없다고 무시하기엔 이미 너무 큰 몸집과 무게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나이와 시간이라는 숫자는 저 혼자 오지 않고 온갖 책임과 역할들을 덕지덕지 달고 온다.


나는 항상 이 자리에 앉아 있는데 언제 저만치 달려가 있는지.

쫓아가고 있는 건지 쫓기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인지 알 수도 없고 알 게 뭐야 하던 참에 탄 타임머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작업도 일종의 그런 숫자를 거슬러가 보는 시간 여행이다.




낯설어라. 이런 글을 썼었구나.

불과 반년 전인데 나에게만 보이는 끙끙거린 흔적들이 이렇게 무거우니 띄우기가 어려웠나 싶다.


그럼에도 이랬다가 저러기도 하니까 저랬다가도 이렇게 또 돌아왔다.

유지가 아니라 균형. 언제든지 잃을 수 있지만 얼마든지 되찾을 수 있는 것.


무엇이 중허냐고 묻는다면 오늘의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 마음이라고. 그게 내 마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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