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적 시선으로 살펴보는 대한제국
BX 팀의 두 번째 인사이트 데이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인사이트 데이에는 덕수궁 ‘석조전’을 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다소 딱딱하고 평소에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역사적 건축물을 관람하고 얻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브랜드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함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브랜드 헤리티지 조사
브랜딩을 하기 전에, 브랜드의 역사를 다지고,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해야 할 일들을 모색할 수 있는 뿌리를 찾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뿌리에 근거하여 뒷받침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을 키우는 일이 브랜드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석조전을 소개하기에 앞서,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먼저 살펴볼게요.
석조전은 조선 말기에 건립을 계획하고 고종이 1987년 대한 제국 선포 후, 1900년에 착공하여 191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조선이 아닌 새로운 국가, 대한 제국 시대가 열렸으니 고종 황제가 머무르고 외부 귀인들을 접대하는 새로운 공간들이 필요하여 지어진 공간입니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당시 석조전은 대한 제국의 미래를 담은 공간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름 그대로 '석조(石造)'는 ‘돌[石]’로 만들어진 곳
보통 네이밍을 지을 때는 한자풀이며,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석조전은 그 자체로 여러 궁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굳이 이름에 의미를 추가로 부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축 재료가 브랜드 네이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이전까지만 해도 흙과 목재로 집을 지어왔는데, 돌로 집을 짓는 역사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돌로 지은 집'이라는 사실 자체로도 석조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건축을 짓는 순수한 재료가 곧바로 이름으로 연결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도 돌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서양 문물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합니다.
대한 제국의 상징인 심볼과 모티브
심볼(Symbol)은 유무형의 브랜드가 누구의 것인지, 어느 회사인지 구분하고 표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후 반복적으로 표시된 심볼은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합니다.
이처럼 석조전 외부 건축과 내부 인테리어를 관람하다 보면 곳곳에서 오얏꽃 무늬(이화 문양)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무늬는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오얏꽃(자두:자두의 순우리말)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대한 제국 시대에 어떻게 오얏꽃이 왕실을 대표하는 꽃과 상징이 되었는지 살펴볼게요.
자두나무 꽃을 한문으로 표기하면 ‘이화' 전주 이씨 가문의 상징을 뜻합니다. 이는 과거에 이 씨 성을 가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자두나무는 왕을 상징하는 나무가 된 배경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오얏꽃(이화)에 대한 큰 감흥이 없었다가 고종 황제에 대한 제국으로 국호가 변경되고, 새로운 상징체계가 필요했는지 황실을 대표하고 신분과 권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표시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화문 심볼은 자두꽃을 모티브로 단순한 도형을 중심으로 꽃잎과 15개의 수술을 ‘원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자두꽃의 특징을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현된 심볼은 사람들로부터 각인 효과를 더욱 높여주며 단순한 형태로써 건축, 패션, 인쇄 등 다양한 곳에 적용하기 수월했습니다.
조선이 대한 제국을 선포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과 독립 국가로 만들고자 했던 의지는 심볼을 통해서 쉽게 엿볼 수 있습니다. 황실 외부 내부는 물론, 식기와 가구, 우표, 동전, 도자기 등에도 새겨졌습니다.
오늘날 브랜드의 로고가 다양한 곳에 적용되는 것처럼 과거에도 심볼은 무언가의 내세우고 표시하는 역할이 필요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황실을 대표하는 황금색
컬러(Color)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로고나 네이밍을 외울 수는 없어도 컬러는 사람들에게
쉽게 인지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스타벅스 하면 초록색을 바로 떠올리는 것처럼, 석조전 내부를 관람하다 보면, 황금색의 금빛 인테리어가 가장 돋보인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황실은 왜 황금색을 주로 사용했을까요?
‘금색’ 은 오래전부터 태양이나 부귀, 금색과 연관되어 부, 성공을 상징하는 유일 무이한 색상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써, 고종이 대한 제국을 선포하고 자줏빛 붉은 곤룡포를 황금색으로 변경하고 동아시아의 황제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대한 제국이 이전과는 다른 차별점을 두려고 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석조전 실내 내부 곳곳에 사용된 황금색 컬러는 석조전 창문이 작아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커튼, 침실 커버 등 황금색을 사용함으로써 실내 분위기를 더욱 밝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요소는 로고, 심볼, 컬러와 같은 시각적 이미지도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영국 자연사 박물관이 대표적인데, 화석, 생물, 광석 등 과거의 방대한 소장품들을 직접 눈으로 경험할 수 있고, 로마네스크 양식이 적용된 건축물로 런던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영화 촬영지로도 사용된 곳으로 사람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준 공간이지요.
오랜 역사를 가진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처럼, 석조전 또한 1910년에 지어져서 당시의 분위기를 온전히 직접 느낄 수는 없지만, 석조전의 외관 건축물, 인테리어, 당시 유물들을 어떻게 전시하고 배치하는가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역사의 의미와 브랜드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래 석조전의 내부 인테리어, 장식, 외부 건축물들을 자세히 보면서 과거 시대를 경험해 볼까요?
내부 인테리어
석조전의 웅장한 외부를 따라 실내로 들어오면, 외부 양식에서 좌우 대칭이 이루었던 것처럼 내부 인테리어도 정확하게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치 호텔 로비처럼 럭셔리하고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중앙홀을 지나 귀빈 대기실, 접견실, 식당, 침실, 서재 테라스 등을 거쳐 전체적인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하는 서양식 계단은 청동과 철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준공 당시부터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황실과 황후가 사용했던 공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리석 욕실, 벽난로, 라제트와 같은 사치품의 앤티크 한 가구들로 배치되어 더욱 서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가의 사치품으로 이루어진 내부 인테리어는 로코코 양식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로코코 양식은 유럽의 건축 양식 중 하나로 디테일한 꽃 장식 무늬, 곡선적인 우아함을 표현하고 금색과
맑은 색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로코코 양식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생겨난 장식적인 양식, 신고전주의보다 앞선 양식으로 경쾌하고 S자형의 곡선, 이국적인 풍취, 화려함을 표현하는 예술 형식이다.
패턴은 도형 또는 문양을 일정한 규칙으로 표면을 구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패턴은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소재로써 분위기에 맞게 독창적인 패턴을 사용하면 시각적인 효과가 크고 작은 디테일로 공간에서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대한 제국을 상징하는 문양인 오얏꽃 무늬는 석조전 실내에서 럭셔리한 카펫과 창문 커튼, 소파에 적용되었습니다. 로코코 양식이 반영된 장식적인 꽃 패턴으로 입혀져 앤티크 한 가구와 금장 인테리어가 더 조화롭게 어우러져 왕실 공간의 부와 국위를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패브릭에 패턴을 염색하는 방법도 있지만, 바늘과 실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전통 자수 도 있습니다. 자수에 대한 오래된 기록을 살펴보면, 부여 사람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으며, 사신이 외국에 나갈 때는 문양과 색채를 그려 넣거나 수놓은 화려한 옷을 입었다고 기록된 내용이 있습니다. 과거로부터 자수와 패턴은 외교할 때 과시하고 화려함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얏꽃 무늬의 패턴뿐만 아니라, 실내 내부 바닥에서도 패턴이 적용되었습니다. 목재 마룻바닥에도 기하학적이고 규칙적인 패턴이 적용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석조전은 당시 대한 제국 역사와 함께했던 공간으로 대한 제국의 근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건축물입니다.
고종이 외부 귀빈을 접대하는 공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 서양식 석조 건축물이며 서양식 건축과 한국 전통 양식이 합쳐져 동, 서양의 조화를 보여주는 이색적인 공간이지요.
석조전이 서구적 건축양식에 기초하여 설계된 이유는
서양의 근대 국가를 모델로 새로운 국가 체제인 대한 제국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장치이자 우리나라가 서양권 국가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의미를 과시하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음으로써, 외부 건축은 당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이 적용되었습니다.
신고전주의는 18세기 후반 계몽과 혁명 사상과 정신을 배경으로 과도한 장식성과 화려한 로코코 예술에 대한 반동으로 신고전주의가 발전하는 토대가 되었다. 엄숙하고 공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모습과 애국심, 그리고 영웅적인 모습을 강조한 미술사조이다.
석조전 입구에는 그리스 신전 건축 양식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신전의 파사드에 6개의 이오니아식 기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엄격한 비례와 중앙을 기점으로 좌우 대칭이 돋보이는 양식이 특징입니다. 특히 지붕은 그리스 신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페디먼트로 이루어져 있어 서양식 신전을 떠올리게 끔 합니다.
1. 역사적 건축물을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의 염원과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함께 떠올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그리던 우리나라의 미래 도시는 이런 곳 이였을까?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2. 을미사변으로 가족을 잃고, 다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건설되었던 이곳에서 고종 황제 일가의 역사적인 공간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가구들과 장식들이 내부를 감싸고 있지만, 역사적인 시기들을 살펴봤을 때, 화려하지만 슬픔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3.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브랜드와 이미지는 유형의 자산이 사라져도, 혹은 만든 사람이 사라져도 브랜드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고 그 가치로써 인정받아 사람들에 의해 영속될 수 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4. 브랜드에 대해 공부할수록, 브랜드에 대해 역사와 뿌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또 그 자산과 가치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5. 브랜드를 만들 때,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은 뒷전으로 묻어둔 채 새로운 것, 트렌드, 타사의 동향을 주로 살폈었는데, 오히려 헤리티지에 집중한 브랜드가 고유한 ‘브랜드다움’을 만드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