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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Jun 22. 2024

비 오늘 토요일 한옥수업을 갑니다.

소리가 있는 곳으로 마음이 향한다.

빗소리가 들린다.

싫지 않다. 빗소리는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인도한다.

생각이 분절되며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좋다.


소리가 있는 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걸까?


 적당히 내리는 비는 우리를 상념의 세계로 이끌지만 세찬 빗소리는 불안함이나 걱정으로 이끈다. 모두의 안녕을 걱정한달까? 아직은 기분 좋은 상념의 세계로 들어서게 하는 적당한 빗소리다.



 오늘은 지역 문화유산에서 열리는 <3D로 만나는 우리 지역 문화유산>이라는 주제로  한옥 만들기 수업을 하는 날이다. 매주 토. 일 2시간씩 2회 차 수업이 연속 이어진다. 나는 주로 토요일을 담당하고 다른 조가 일요일을 담당한다.


 대상이 시민이고 가족이라 늘 눈높이 맞추는 게 어렵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늘 아이들이 중심이길 원한다. 대신 휴일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한옥키트와 모형을 만들고 조립하며 협업하는 뜻깊은 시간이 된다.


 한옥의 재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한옥의 용어도 배우고. 직접 기둥과 초석도 세워보고. 한옥의 부재에 얽힌 이야기도 풀어가면서 우리 지역 문화유산을 알아간다. 어찌 보면 참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일을 벌써 4년째 이어가고 있다. 다행히 매 주가 아니라 주로 봄부터 세 달만 운영하니 할 만하다.


 작년부터는 학교도서관 독서교실도 몇 번 시도했다. 올해도 여름방학에 몇 학교 수업이 예약되어 있다. 학교도서관이야 워낙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니 책과 우리 문화 연결이 자연스럽다. 덕분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지금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MZ버전인 ‘아는 만큼 보인다/유홍준’ 책을 바이블처럼 활용한다. 특별히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나 ‘한국의 미 자유분방함의 미학/최준식’도 가끔 활용한다.   


 오늘은 비도 오고 약간의 시간이 있어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태블릿에 이야기를 한다. 가끔 수업 참고 도구로 태블릿을 활용한다. 활동 사진을 SNS를 통해 보여주고 한옥 키트에 색깔을 칠한 이미지를 보여 준다. 가끔  키트 만드는 영상도 재생해 놓는다. 한옥 수업도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다 보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할 수 있다. 과거 자료를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달까?. 과거가 현재로 이어진 게 생생하게 느껴진달까?


아. 빗빗소리가 좀 더 급해졌다. 템포가 빨라졌달까? 덩달아 내 마음도 급해진다. 빨리 준비해야지~


오늘은 비가 와서 체험객이 덜 올 것 같다. 예약제라 전혀 안 오진 않겠지만 모든 수업과 행사는 날씨가 좌우한다. 덜 오면 덜 오는 대로 오붓하게 집중하고, 더 오면 더 오는 대로 바쁘게 진행하는 거지 뭐.


매일 같을 수 없는 게 수업이던데. 이제 나갈 채비를 하자. ‘오늘 새롭게 만날 사람들은 누굴까?’ 설렘을 잃지 말자. 일부러라도 되뇐다.



아침 빗소리에 잠시 상념에 잠기다가 부랴부랴 준비하고 수업 장소에 와 보니

비가 와서 그런지 체험객이 별로 없다.

취소하는 전화와 문자가 연이어 당도한다.


오늘 1교시는 잠시 쉬어가는 수업이 될 것 같다.

덕분에 한옥에서 낙숫물 떨어지는 풍경을 보며 잠시 사색에 잠긴다.


빗소리가 잠시 유년의 대청마루로 안내하는 것 같은 비 오는 토요일 오후다.


철 모르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세차게 내리던 비도 잠시 쉬어가는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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