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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Nov 17. 2024

피안의 세계랄까?

해마다 찾는 인천대공원 무장애길 단풍을 보러 갔다.

 해마다 이맘때쯤 찾아가는 인천대공원 무장애길 단풍을 보러 갔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단풍이 바짝 말라 있거나, 

단풍이 이미 지고 나무만 황량하게 남아 시기를 잘 맞춰야 하는 곳이다.


평년 보다 날씨가 따뜻해서 조금 이르게 가나 싶었는데, 가 보니 지금이 절정이었다. 

숲 가득 빨갛고 노랗게 군데군데 초록색까지 어우러져 단풍들의 향연이 장관이었다.


 이름처럼 '무장애길'이라 휠체어도 오를 수 있는 길이다. 

맨 처음 '무장애길'이라는 이정표를 봤을 땐, 의미는 알겠는데 

하필 길 이름을 왜 이렇게 멋없게 지었을까 하는 불만이 있었다. 

'함께 걷는 길'. '걷기 편한 길'. '뒤에서 밀어주는 길'. '같이 걷는 길'. '턱이 없는 길' 등 수 없이 많은 이름이 있을 텐데 싶었달까? 그런데 이젠 여기저기 '무장애길'이 많아 그 이름의 생경함과 불편함에 어느새 무뎌졌다.


 그저 멀지 않은 곳에 단풍이 유난히 고운, 그곳을 찾을 수 있어 좋다. 

분명 산인데, 테크로 이어져 노인들도 걷기 좋고, 유모차도 밀며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말 그대로 장애가 없는 길이긴 하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운동화에 흙이 묻지 않아 편한 점도 있었다. 

편하게 자연을 즐기기 위해, 나무를 잘라 만든 테크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게,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인 것 같지만, 요즘 테크길이 모두 나무 소재는 아니라니, 잠시 미안함을 내려놓는다.


 그와 함께 준비해 간 따뜻한 커피를, 비 피하기 좋은 벤치에 앉아 운치 있게 마시고 왔다. 빗소리와 낙엽 떨어지는 소리. 바람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커피를 마시니, 그 어느 카페보다 근사했다. 근처 카페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드넓은 카페에서 11월의 가을을 즐겼다.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서둘러 집으로 간 이들이 많아, 간만에 조용한 인천대공원길을 거닐었다. 군데군데 원두막엔 비를 피해 쉬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공원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낮은 산들이 모두 안개로 뒤덮이고 공원 호수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아주 잠시 그곳이 피안의 세계 같았달까?


매년 일부러 그곳을 찾을 만큼 인천대공원 무장애길 단풍은 우리에겐 매력 있는 산책 장소다. 이번 주가 아니었으면 못 봤을 그곳의 울긋불긋한 단풍꽃 절경이 까만 이 밤까지 생생하게 피어나는 밤이다.


#인천대공원 #무장애길 #관모산 #단풍 #메타쉐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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