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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Aug 14. 2023

별이 떨어지던 그때, 우린

  나는 천문학을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런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물으면 정말 그게 그런 꿈을 꾸게 했다고?라고 했을만한 이유가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소설책을 꽤나 읽었다. 대단하게 도움이 되는 그런 것보다 그냥 새로 나오는 장편소설들을 사서 보는 재미를 한참 즐겼다. 책을 사는 재미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대단한 건 그 어린 나이에도 소비가 큰 즐거움이란 걸 알았던 것 같은 나라는 인물. 학생이면 돈이 없었다 당연히. 그렇지만 합당하게 책이라는 소재로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부모님의 덕으로 예스 24에 적립금이 솔찬히 쌓이던 10대의 나였다. 국화꽃향기로 유명한 김하인 작가의 책이 새로 나올 때마다 구매하곤 했는데 그중에 한 책의 주인공이 천문학자였던 것. 그게 이유였다. 뭐 그 이후에도 의학드라마를 보다가 의사를 꿈꾼 적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감은 있던 고등학생이었나 보다. 의사의 꿈은 지푸라기가 타듯 사라졌다.

  지금 이렇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오늘이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다. 유튜브에 떨어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틀어놓으며 생각난 어릴 때의 내가 생각나서. 천문학을 꿈꾸기 전에도 별을 좋아했던 걸까. 내가 중학생 동생이 초등학생이었던 때로 기억한다. 지금도 부모님이 사시는 집, 내가 20살까지 살았던 그 집 뒤에는 조그마한 동산이 있다. 동산을 올라가면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큰 산의 초입부가 되는 곳이다. 눈이 오면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름 나는 도시 광역시 사람이다. 지역이 변두리라 산을 품은 곳에 살고 있었다. 여하튼. 오늘처럼 유성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보았겠지. 유성우보다는 익숙한 단어 별똥별.


  동생이랑 사이가 엄청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쁘지도 않지만 그때의 우리는 조금 귀여웠던 것 같다. 그 별똥별을 보러 부모님 없이 둘이 그 동산에 누워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그때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돗자리 위에 누워있다가 조금은 쌀쌀해진 탓에 풀 위에 누워 돗자리를 덮고 누워있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 조그마한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날 다행히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았다. 이 날의 우리를 동생은 기억할까. 내일 일어나면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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