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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을 나는 백구 Jun 08. 2024

갑자기

왜?

  '갑자기'

라는 말은 늘 내게 당황스러움과 놀암을 가져다준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때의 허망함과 당황스러움은 많이 가셨지만, 아직까지 아쉬움은 남아 있다. 이렇게 /공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주말에는 늘 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필요한 물건 좀 병원으로 가져다 달라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이 안 계신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실 엊그제 새벽에도 어머니 병원에 가야지하고 일어났다가 벽에 있는 영정 사진을 보면서 주저앉아버렸다.

  어제는 한 여학생이 갑자기 학원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자신과 타협하지 말고, 스스로를 합리화하지 말고, 마치 자기 스스로가 대단히 계획적인 사람인 것처럼 속이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떠나고 말았다. 떠나는 아이에게 축복의 말을 전했다. 물론이다.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다만, 다른 아이들은 나와 끝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 그래야 입시에서 성공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많이 지켜봤기 때문이다. 

  갑자기 연락온 지인의 요구는 무척 당황스럽다. 아마 생활이 많이 힘든가 보다 그야말로 갑자기 100만 원을 빌려 달란다. 그런데 요즘 경기가 이래서인지 사실 부끄럽게도 통장에 그만한 돈이 없었다. 미안함에 앞서 전화로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지난해 힘든 시기를 겪었던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 좀 정리를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새 무슨 일이 또 생겼는지 말이다. 하지만 전화는 받지 않는다. 본인도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너무도 갑자기 많은 일들이 생겨버렸다. 난 생겨버린 일에 끌려만 다녔다. 어느덧 나이가 들고 나니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지금 할 일을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깨달아 버렸다. 그리고 오늘도 난 참지 못하고 갑자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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