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지지율이 급격히 낮아지던 시기에 구성된 청년보좌역. 업무가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빠르게 잘 해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중 한 가지가 험지특공대였다. 말 그대로 청년보좌역끼리 대선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 유세단을 꾸려 당 입장에서 험지인 곳을 찾아 유세차를 타고 정권교체 당위성에 대해 연설하는 모임이었다.
사실 이러한 유세방식은 이준석 전 대표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도입한 사례가 많은 이목을 끌었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보좌역 가운데 이러한 취지에 기획을 제안했고 단 몇 표라도 기여 할 수 있다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5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지지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에게 우리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담았다고 해서 그것을 전달하는 화술이나 스피커가 허술하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많은 연습이 필요했고 한정된 시간을 감안해 정책적인 내용을 어필하기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병헌 주연의 ‘남산의부장들’이란 영화에서 대사를 따와 연설문 서두에 담았다.
“사람에게는 인격이란 게 있고, 국가엔 국격이란 게 있다. 이 두 가지가 모이는 곳이 청와대다.”
지금은 청와대가 아닌 용산에서 대통령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당시에 청와대라는 상징적 의미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키고 싶었던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서론, 본론, 결론 형태의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다.
연설문을 요약하면 상대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3가지' 이유를 담았다.
혹자는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웠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상대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를 상기시켜야 상대적으로 후보 차원의 결함이 없던 윤석열 후보와 극명히 대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별도로 청년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유세단(국민의힘 청년유세단)에서도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안성 중앙시장 앞 서인사거리에서의 유세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안성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졌기 때문에 지역민을 포함한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날씨가 추웠던 것도 있지만 수많은 인파가 모여 북도치고 함성도 지르고 하는 분위기에 많은 긴장이 됐지만, 다행히 준비된 연설문을 토대로 많은 연습을 한 덕분에 애드립을 섞어 연설을 원활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해당 연설은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에 업로드된 이후 현재까지 조회 수가 수 천회 가까이 집계되고 있을 정도로 호응을 끌기도 했다.
당시 후보가 안산을 방문하는 일정 가운데서도 계획에 없이 갑작스레 청년대표로 연설을 할 기회를 얻어 무대에 올랐는데, 안성 유세에 떨림을 뒤로하고 자연스럽게 군중에 구호를 유도하는 방식의 연설을 했던 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특히나 안산은 고향이고 출마를 앞두고 있었기에 더 애틋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안성을 비롯해 안산, 동탄, 금천구, 안성 등에서 여러 번 기회를 얻다 보니 어느새 긴장보다는 희열이 떨림보다는 설렘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발언권을 얻으니 흡사 가수가 콘서트장에서 자기의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이 이런 기분이겠구나하는 간접 체험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경험은 몇 달 뒤 지방선거를 치르는 데 있어도 엄청난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짧지 않은 선거기간인 만큼 목이 쉬지 않게 하고, 해야 할 말을 하는 데 있어 강약을 조절하는 등의 스피커를 장착하고 선거를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는다면 마이크를 잡고 날카로운 시정질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선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자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