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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 한바구니 Feb 20. 2024

밀어내는 글과 끌어당기는 글

무엇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가


서점에 가 보면 각 분야별 베스트셀러가 중앙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본능 만, 호기심 반으로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펴보게 되어 있다. 무엇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일까? 



저녁에 식사를 하던 중 아들과 글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 또 나쁜 글이란 무엇인가? 아들이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독자로서 자신이 보기에, 글에는 '밀어내는 글'과 '끌어당기는 글이 있다'라는 것이다.

© darisja, 출처 Unsplash




밀어내는 글이란 무엇일까?


밀어낸다기보다는 독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거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글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제목으로 임팩트를 주지 못하거나 내용적으로 부담을 주는 글들이 있다.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 밋밋하거나 진부한 제목은 독자들의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설령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도 콘텐츠가 별로이거나, 내용이 어지럽거나, 무거운 주제라면 읽는 속도가 더디어지거나 중간에서 손절하는 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독자의 의중과 따로 노는 글, 혹은 자기 잘난 맛으로 써 내려가는 글들은 바로 손절당하기 쉽다. 


독자를 밀어내는 글 1순위는 바로 독자를 생각하지 않고 내 중심으로 써 내려간 글일 것이다. 자신의 지식수준을 뽐내거나, 독자를 한 수 아래로 여기고 가르치려 하는 글들은 기피 1호 대상이다.  이 정도면 그냥 자신만의 일기로 남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 독자들은 가르치려 드는 책은 본능적으로 기피하게 되고 자신들과 같은 입장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신 풀어주는, 공감 백 프로의 책에 더 정감이 가게 되어 있다.



끌어당기는 글이란? 


사람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광고 카피나 문구가 있다. 흔히 티브이 광고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모 회사의 과자 광고 노래의 '손이 가요 손이 가'라는 가사는 상당수의 성인들이 어렸을 때 들었던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모 침대 회사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는 초등학생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한때, 모 초등학교 시험에서 가구의 종류를 고르는 문제가 나왔는데, 학생들이 침대를 가구에서 제외한 후 오답 처리가 되자 이 광고를 근거로 항의를 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책의 제목이야말로 단번에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계발서들의 제목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청의 <역행자>나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궁금해지게 되니 저절로 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글의 내용에 대하여는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고 싶다. 

제목으로 이목을 끌어도 내용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독자들의 평가는 더욱더 가혹해질 수 있다. 

첫 문장부터 몰입시키는 글, 읽는 와중에 급똥의 신호가 와도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글들이 있다. 대단한 필력을 가진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끌어당기는 글'이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 단 몇 줄을 읽어도 독자의 시선을 몰입시키는 글일 것이다. 오래전 <소설 동의보감>을 읽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부터 드라마 같은 장면을 펼쳐 보이더니 마지막 장까지 나를 영상의 미학으로 이끌어주었다. 이은성 작가의 사망으로 끝내 완성되지 못하였지만 작중 유의태와 어의 양예수 사이에 벌어졌던 '구침지희' 대결은 정말 최고의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림이 있고,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감동의 여운을 남겨주는 책일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처음엔 밋밋하게 시작해도 후반부로 갈수록 감동의 깊이가 더해진다면 좋겠다. 전반부보다 후반부의 기억이 더 오래 남기에 후반부의 임팩트가 있다면 독자들도 만족스럽게 읽기를 마칠 수 있다. 


잘 쓰인 글이란 글이 끝이 났는데도 독자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쓰이고 있는 글일 것이다.

© siora18, 출처 Unsplash


이미 책을 발간했거나 발간을 목표로 하는 예비 작가라면 누구나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책을 쓰고 싶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지 않은 것이 글쓰기인 것 같다. 갓 태어난 아이가 걸음마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뛰어다닐 수 없듯이, 글쓰기에도 연습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온라인에는 글쓰기 연습하기 좋은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블로그와 각종 SNS가 있고, 그 안에서 글쓰기 연습을 지도해 주는 저명한 작가분들의 온라인 과정이 개설되어 있기도 하다. 아울러 글을 유창히 잘 쓰는 블로거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글을 다수 읽어보고 연구해 보면 기본적인 글쓰기 패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패턴을 따라 하기만 해도 제법 멋진 글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글쓰기의 출발점에 선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훌륭한 글쓰기 스승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이나 지인들을 통해 정말 '좋은' 스승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좋은 스포츠맨이 좋은 스승을 만나 세계적인 선수가 되듯, 글쓰기에도 만남의 축복이 필요해 보인다. '글 쓰기' 능력과 '글 지도' 능력 간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잘 가르칠 수 있는 스승을 만나는 것도 큰 복인 것 같다. 책을 많이 출간한 작가라고 해서 그 사람이 곧 좋은 글쓰기 지도자라는 법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스승이라고 해서 나에게도 좋은 스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나와 글쓰기 스타일이나 글을 쓰고자 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기초적인 과정이 지나게 되면 서로 간의 행복을 위해 스승님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거두절미하고 '난 무조건 저 스승님께 배워야 하겠다' 싶으면 자존심과 고집을 달나라로 보내버리고 무조건 그분의 스타일과 지도법을 흡수하길 바란다. 질문은 좋다. 그러나, 들이대는 것은 지양하길 바란다. 어느 분야든 튀어나온 못은 얻어맞기 쉬운 것이 우리나라 정서 아니겠는가. 

간절히 구하는 만큼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끌어당기는 글을 잘 쓰시는 좋은 스승을 만나 양질의 지도를 받고, 자신도 좋은 글을 창작해 낼 수 있기를 바란다. 운이 좋다면 본인도 좋은 글쓰기 지도자가 되어 훌륭한 제자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글 스승과 좋은 글 제자가 내 주위에서도 많이 배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글을 많이 써주는 작가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밀어내는 글을 쓸 것인가, 끌어당기는 글을 쓸 것인가는 타인을 향한 본인의 자세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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