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남자들의 바램
결혼기념일을 맞이해서 아이들과 함께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으려고 아내와 손잡고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동네에 있는 B 아이스크림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행님, 어데 가십니까?”
문득 놀라 돌아보니, 아파트 친한 이웃 동생부부 두 팀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두 팀 가족 생일이 비슷해서 오늘 생일 축하주 마시러 함께 간다고 한다.
어우, ‘축하한다’고 호들갑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우리더러 어디 가시냐고 묻길래, 결혼기념일이라 가족이랑 함께 먹으려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러 간다고 했다.
이때는 몰랐다. 일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갈 줄은...
이웃들은 마치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라리며 '옳다쿠나' 날 잡았다는 듯이 "축하한다"며 바로 축하 모임 하자고 끌고 갔다.
'허허허' 하며 끌려가다 보니 이내 동네 음식점으로 합동 입장하는 우리 부부를 본다.
그때부터 브레이크 고장 난 기차처럼 함께 수다를 떨며 처음으로 와이프 꼬신(?) 썰을 풀었다.
그러자 줄줄이 이어 나오는 이웃들의 연애이야기!
얼굴이 붉어지고, 광분하기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가길 어언 2시간...
딸내미 전화 오고, ‘아이스크림 샀냐’는 질문에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이웃 동생 부부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핑계로 모임을 조기 폐장시켰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부부는 평소처럼 손을 잡고 뒤에서 걸으며 나름의 이야기를 풀었다. 그러자 이웃 후배가 '행님네만 손잡지 말고 우리 부부도 손잡게 해 주라'라고 강짜를 부렸다.
'알아서 잡으라' 했더니, 본인들은 손 안 잡은 지 오래돼서 부부간 손잡기가 여간 어색한 게 아니란다. 형님내외 분이 먼저 앞서가며 아내들 앞에서 본을 보여달라길래, '그게 뭐 어렵냐'며 와이프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곤 아내분들께 말했다.
"손 한 번 잡아주이소~!"
그러자 남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들의 손을 잡기 시작했고, 아내들은 쑥스러운 듯 튕기다가 이내 손을 잡아 줬다.
"와이프 손 20년 만에 잡아 봅니다, 행님“
한 후배 남편이 말했다.
20년...
참 긴 세월 동안 못 잡아본 손이다. 직장 생활 바빠서 못 잡고, 애들이랑 싸우느라 못 잡고, 피곤해 잠자느라 못 잡고. 그 손이 그리 잡기 힘들었던가.
손을 잡고 행복해하는 두 부부들의 얼굴을 본다. 술이 올라서 붉은 건지, 쑥스러워서 붉은 건지 알 수 없다. 그게 중요하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상대방 눈가의 주름을 안쓰러워해 주고, 남몰래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미소, 그 미소 하나면 충분하리라.
오늘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 큰 선물을 받았다.
[나눔의 행복]
또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20년 만의 설렘]
서로 웃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처럼 좋아하는 남편들의 얼굴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경상도 남편들이란 타이틀이 이렇게 무섭다.
'잘 들어가라'고 인사하고 돌아서는 길에 후배 남편이 뒤에 대고 한 마디 한다.
”행님! 다음엔 행님이 제대로 쏘이소. 대충 안 받아 먹심다잉!“
아!
다음엔 내가 내기로 했구나...
어디 알바거리 없나?
용돈이 궁한 요즘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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