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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임신의 두 얼굴-자연임신? 난임치료(배란유도)?

난임치료의 첫 단계: 배란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OS-TI)

by YM Chung

자연임신의 두 얼굴-자연임신인가? 난임치료(배란 유도)인가?


혹시 2021년 34년 만에 태어난 다섯 쌍둥이에 이어, 2024. 9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또 다섯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 들으셨나요? 언론에서는 모두 ‘국내 첫 자연임신 다섯 쌍둥이’라고 보도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연임신’,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자연임신’이 맞을까요? 오늘은 ‘자연임신’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뜻밖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보통 ‘자연임신’이라고 하면 어떤 의학적 개입도 없이, 말 그대로 자연발생적으로 아기를 갖게 되는 경우를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언론과 심지어 병원에서 사용하는 ‘자연임신’이라는 말에는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앞서 본 다섯 쌍둥이 사례는 의학적으로 ‘배란 유도’라는 난임 치료를 통한 임신이었습니다. 산모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치료를 받은 직후 임신에 성공한 것이죠. 어? 치료를 받았는데 자연임신이라고요? 바로 여기에 이야기의 핵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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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의학 용어인 ‘Ovarian Stimulation with Timed Intercourse, OS-TI’, 즉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를 자연임신이라고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왜 이런 혼란이 생긴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이 아니면 자연’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인식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임신을 ‘시험관이나 인공수정’과 ‘그렇지 않은 모든 것’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OS-TI)는 ‘인공적’인 시술의 반대 개념인 ‘자연’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거죠.


이런 생각은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다섯 쌍둥이 부모님이 2025년 5월 ‘유 퀴즈’에 나와서 이렇게 설명하셨어요. "사실 뭐 자연임신이라고 하지만, 뭐 시험관이나 인공 수정은 아니어서 이제 저희가 그렇게 얘기하는 거, 물론 확률은 조금 더 높아졌을 거예요. 그래서 배란 유도도 했고... 그래서 이제 그날 얘기를 해주시잖아요." 실제로 배란 유도 치료를 받은 당사자가 자연임신이란 용어 사용을 주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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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말 속에 모든 게 담겨있죠. ‘시험관이나 인공수정은 아니어서’ 자연임신이라고 얘기한다는 것. 그리고 ‘배란 유도’를 통해 확률을 높였고, 병원에서 ‘날짜’를 받아 관계를 가졌다는 것. 이게 바로 OS-TI, 즉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 과정입니다. ✅난임치료 과정에서 먼저 배란 유도 약물을 투여한 후 ✅ 초음파와 호르몬으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 난임 치료 목적의 주기 관리를 통해 부부관계로 임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미디어의 영향과, ‘배란 유도 후 임신’을 대체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는 점이 더해져 ‘자연임신’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거죠.


그럼 의학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집니다. 국제 기준과 우리나라가 조금 다르거든요. 먼저 국제 학회의 기준은 아주 명확합니다. 임신 과정에 약물 투여나 시술 같은 '의학적 개입'이 있었느냐, 없었느냐가 핵심 기준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같은 국제 기구들은 OS-TI를 순수한 의미의 '자연임신'과는 명확히 구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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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조생식술(MAR)은 다양한 형태의 불임 및 생식 기능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개입, 시술, 수술 및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는 생식이다. 여기에는 배란유도, 난소자극, 배란촉발, 모든 보조생식술 (ART) 시술, 자궁 이식, 그리고 남편/파트너 또는 기증자의 정액을 이용한 자궁 내, 자궁경부 및 질 내 수정이 포함된다."


이처럼 세계보건기구가 따르는 국제보조생식기술감시위원회(ICMART)는 배란 유도를 위해 약물을 투여받는 경우를 '의학적 도움을 받은 임신(Medically Assisted Reproduction, MAR)'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적인 관점에서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OS-TI)는 자연임신이 아니라, 명백히 '의학적 도움을 받은 임신'의 한 형태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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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좀 특이한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국내 학회들도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 OS-TI가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난임 치료'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병원, 특히 난임 클리닉에서는 '자연임신 시도'라는 용어를 하나의 '치료 방법'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수정 방식에 따른 구분입니다. 시험관이나 인공수정 같은 보조생식술은 정자와 난자를 인위적으로 만나게 해주지만,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 OS-TI는 약물로 배란을 도와주고, 최종적인 수정은 부부관계라는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해 몸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자연임신 시도'는 이 점이 강조된 결과로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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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치료 단계상의 위계, 즉 순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난임 치료는 일반적으로 의학적 개입이 가장 적은 '자연임신 시도’ 즉 배란 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를 먼저 해보고, 그래도 임신이 실패하면 인공수정, 그리고 시험관 아기 시술로 넘어가는 단계적 접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 배란유도 후 시간 맞춤 부부관계, 즉 OS-TI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의미를 갖게 된 겁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의료 개입'이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다른 고도의 시술과 구분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자연임신 시도'라고 불리는 거죠. 결국 ‘자연임신’이라는 하나의 단어는, '어떠한 의학적 도움도 받지 않은 임신'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의학적 도움은 받았지만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은 아닌 임신'이라는 한국 특유의 임상적 의미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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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뉴스나 매체에서 ‘자연임신 세쌍둥이, 네쌍둥이, 다섯쌍둥이 출산’이라는 말을 보신다면, ‘아, 이게 정말 아무 개입 없는 자연임신일까, 아니면 배란유도 후 부부관계 같은 난임 치료를 받은 임신일까?’한 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난임의 원인별 치료 방법과 배란유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아래 대한산부인과학회 링크를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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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다섯쌍둥이에 대한 증례 보고도 의학저널에서 읽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30년 후 환갑을 맞으신 부모님과 건강하게 성장하여 각자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다섯 자녀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https://youtu.be/0oK5ZBEQACo?si=ClqSy8SUs-de7d7o

난임의 원인별 치료 방법 https://www.ksog.org/bbs/index.html?code=vod1&category=&gubun=&page=3&number=6298&mode=view&keyfield=&key=

배란유도 https://www.ksog.org/bbs/index.html?code=vod1&category=&gubun=&page=3&number=6299&mode=view&keyfield=&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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