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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동실 조리원 평균 3.6시간

왜 대한민국만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어야 하나?

by YM Chung

모자동실 조리원 평균 3.6시간-왜 대한민국만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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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우리나라 산부인과의 24시간 모자동실 실천율입니다. 2023년 기준, 고작 4.3%입니다. 산후조리원은 어떨까요? 2024년 산후조리실태조사 결과, 조리원에서 엄마와 아기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6시간에 불과했습니다. 24시간 내내 같이 있는 경우는 단 5.6%였죠. 스웨덴은 거의 100%, 영국과 캐나다는 89%, 미국조차 80%가 넘는 병원들이 24시간 모자동실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오히려 2019년 13.5%에서 2023년 4.3%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30년까지 60%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죠. 현실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까요? 단순히 문화적 차이로 치부될 것이 절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가 의학적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비극적 현실입니다.


1. '모자동실'은 선택이 아닌 '글로벌 표준'입니다. '모자동실'은 단순히 보고 싶을 때 몇 시간 아기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닙니다. 출산 후 입원 기간 내내, 24시간 동안 엄마와 아기가 같은 방에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엄마가 아기를 보고 싶을 때가 아니라 아기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그 모든 시간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아기와 산모를 위해 강력히 권고하는 '표준 돌봄 지침'입니다. 전 세계적인 변화를 이끈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운동(BFHI)'의 10가지 단계 중에서도 핵심적인 7단계가 바로 이 '24시간 모자동실'입니다.


2. 모자분리를 함으로써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생리적, 과학적 혜택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모자동실을 하면 엄마가 힘들고 쉬지 못할 거라는 오해가 만연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들은 정반대의 사실을 말해줍니다.


첫째, 아기에게는 생존과 안정의 문제입니다.

성공적인 모유수유: 모자동실은 성공적인 모유수유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배고파서 울기 전에, 젖을 찾거나 손을 빠는 등의 미세한 신호를 엄마가 바로 알아채고 즉각 젖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죠.

생리적 안정: 엄마의 체취와 심장 박동 소리는 아기에게 최고의 안정제입니다. 실제로 모자동실을 하면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들보다 덜 울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낮고, 체온과 심박수, 호흡이 더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감염 위험 감소: 여러 아기가 함께 있는 신생아실은 교차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자동실은 불필요하게 감염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주고, 엄마의 정상 세균총이 아기의 면역을 길러주도록 합니다.


둘째, 산모에게는 '회복'과 '자신감'의 문제입니다.

더 깊은 수면과 안정: 아기와 분리된 엄마는 '아기가 울지 않을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오히려 잠을 깊이 자기가 어렵습니다. 아기를 곁에 두고 직접 상태를 확인할 수 있을 때, 엄마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숙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양육 자신감 향상: 출산 후 처음 열흘이나 2주는 엄마 역할을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이 '골든타임'에 아기와 함께 지내면서 아기가 소리와 몸짓으로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고 돌보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익힌 엄마는 퇴원 후 혼자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산후 우울감 감소: 아기를 계속 보면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상호작용과 애착 형성이 빨라져 산후 우울감을 덜어주는 아주 중요한 보호막이 됩니다.


3. 왜 대한민국은 역주행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산모는 절대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독특한 산후조리 문화와 그 문화가 만든 거대한 시장에 있습니다. 한국 산모 10명 중 9명 이상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은 '휴식=분리'라는 공식을 서비스 모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편안한 휴식을 위해 아기는 신생아실에 맡기고, 엄마는 수유 시간에만 아기를 만나는 것이 당연시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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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아니 이 영상을 보는 지금부터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첫째, 예비 부모님들께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모유수유는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여행처럼,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첫째 '24시간 모자동실이 가능한가'여야 합니다. 산후조리원에 가는 목적을 다시 생각해 보세요. 조리원은 호텔이 아닙니다. 마사지나 신생아 촬영이 아니라, 아기와 함께 지내며 모유수유를 완벽하게 배우고, 집에 돌아와 자신 있게 육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휴식'의 개념을 바꿔야 합니다.

진정한 산모의 휴식은 고립된 방에 '방치'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기와 함께 있되, 의료진과 도우미의 적극적인 지원과 교육 속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요청할 수 있다'는 신뢰가 보장되는 '지지받는 모자동실'입니다. 이런 환경에서야말로 엄마는 불안하지 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와 조리원 모두 “편의상 분리”가 아니라 “의학적 필요 없이는 단 한 순간도 분리되지 않게”라는 원칙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단순히 목표치만 던질 게 아니라, 1인실 확충, 간호 인력 지원,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만들기 제도 복원 같은 구조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모자동실은 엄마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힘들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엄마와 아기 모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가장 과학적이고 포괄적인 첫 단계입니다. 젖을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모자동실은 모든 엄마와 아기의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대한민국 엄마들,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아기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최적의 시작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https://youtu.be/lkF9u5FRV_I?si=2uU-TGWZD3e8X8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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