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아카데미(ABM) 프로토콜 최신 업데이트
혹시 수유 중에 유두가 타는 듯이 아프거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적이 있으신가요? 젖 먹이고 나서도 통증이 계속되고, 등까지 뻣치듯이 아파서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유방 칸디다증인가?’ 하고 걱정하며 밤잠 설치신 분들, 정말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이런 통증 때문에 젖을 차라리 끊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시죠. 오랫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이 통증의 원인을 ‘유방 진균 감염’, 즉 칸디다균 때문이라고 설명해왔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모유수유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의 모임인 모유수유아카데미, ABM의 공식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가 ‘유방 칸디다증’이라고 믿어왔던 그 병은, 이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습니다. 지난 20년간 이 ‘유방 칸디다증’이라는 진단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제는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이 끔찍한 통증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그 모든 것을 명확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과거의 믿음: "엄마와 아기는 함께 치료받으세요!"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찌르는 듯한 유방 통증의 원인은 칸디다균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습니다. 칸디다균이 아기 입에 아구창으로, 그리고 엄마 유방을 오가며 서로를 계속 감염시킨다는 ‘전파 모델’이 지배적이었죠.
그래서 치료 원칙은 아주 명확하고 단호했습니다. 바로 ‘엄마와 아기를 동시에 치료하는 거였죠. 아기에게 증상이 없어도, 재감염 고리를 끊기 위해 꼭 같이 항진균제를 처방받았습니다. 아기는 먹는 약을 먹고, 엄마는 연고를 유두에 발랐습니다. 엄마가 통증이 너무 심하면 먹는 항진균제까지 처방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위생 관리를 아주 엄격하게 권고했었지요. 유축기 부품, 노리개젖꼭지, 아기 입에 들어가는 장난감은 매일 끓는 물에 소독하고, 수건이나 브래지어도 뜨거운 물로 세탁하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감염 기간 동안 유축한 모유는 냉동 보관도 하지 말라고 했었죠.
2. 의심의 시작: "정말 칸디다 때문일까?"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이 강력했던 믿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정말 그 통증이 칸디다 때문인지 확인하는 연구들이 진행됐거든요. 그런데 어떤 연구에서는 통증이 있는 엄마들의 모유에서 칸디다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놀랍게도 통증이 전혀 없는 건강한 엄마의 모유에서도 칸디다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즉, 통증과 칸디다의 존재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못한 겁니다.
이러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쌓이자, ABM은 2014년과 2016년 개정된 지침에서 조심스럽게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유방 칸디다증 진단은 어렵고 증거가 상충된다’, ‘칸디다와 통증의 연관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더 이상 칸디다 감염을 확정적인 진단으로 보지 않기 시작하였습니다.
3. 패러다임의 전환: "감염이 아니라 염증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ABM은 ‘유선염 스펙트럼(The Mastitis Spectrum)’이라는 새로운 프로토콜 #36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이 지침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통념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진균이 '칸디다 유선염'을 일으킨다는 일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이 진단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공식적으로 ‘유방 칸디다증’이라는 병명을 폐기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그토록 수유모를 괴롭혔던 통증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ABM의 새로운 설명은 바로 ‘염증’과 ‘부종’입니다. 젖양 과다와 미생물불균형으로 인해 유관이 좁아지고 부종과 염증이 생기면서 세균성 감염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보게 되었죠. 즉, 대부분은 염증 문제이지, 곰팡이 감염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과거에는 젖이 막혔다고 생각해서 더 자주 물리거나 유축해서 ‘젖을 비워내야 한다’고 믿었죠. 하지만 이건 교통체증이 일어난 고속도로에 차를 더 밀어 넣는 것처럼 젖을 더 많이 만드는 방법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오히려 염증과 부종을 악화시킬 뿐이었죠.
4. 새로운 관리법: 이제 이렇게 하세요!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유방 통증에 대한 치료법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과거의 상식은 이제 잊으셔야 합니다. 항진균제 대신 소염진통제입니다. 원인이 진균 감염이 아니니 항진균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핵심은 염증 관리입니다.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일차적인 약물 치료입니다. 그리고 이제 아기는 치료하지 않습니다. 또 유축기나 아기 장난감을 일상적으로 살균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아기가 배고파할 때 먹이되, 젖을 완전히 비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유축기와 불필요한 유두보호기 사용을 피하고 유방마사지는 절대 금물입니다. 유방마사지는 오히려 염증과 부종을 일으키고 미세혈관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방 칸디다증’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이 겪는 그 통증이 가짜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통증은 진짜이지만, 우리는 이제 그 원인을 새로운 과학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옛 지식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예전 방식으로 조언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엄마들 스스로 이제는 곰팡이 감염이 아니라 염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정확히 아는 것이 현명하게 내 몸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https://bfmed.co.kr/re/sub/abm.html 36. 유선염 스펙트럼 (2022년 개정)
https://youtu.be/g2b74_snQtA?si=wxrINPY7wXQ1542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