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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모자분리의 숨은 진실

'독성 스트레스'가 아기의 뇌와 정서에 미칠 영구적 영향

by YM Chung


산후조리원 모자분리의 숨은 진실-'독성 스트레스'가 아기의 뇌와 정서에 미칠 영구적 영향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어쩌면 조금은 불편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산모의 회복을 위해, 정말 고생한 나를 위해, 조리원에서 편히 쉬는 것. 모두가 꿈꾸는 시간이죠. 그런데 만약, 이 휴식이 아기의 뇌 발달에 가장 결정적인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르는 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하버드 대학교 아동 발달 센터가 수십 년간 연구해온 뇌과학에 근거한 이야기입니다.


1. 아기의 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공사가 시작됩니다

아기의 뇌는 그냥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평생 사용할 뇌의 회로를 연결하는, 거대한 공사가 시작됩니다. 조리원에 있는 생후 초기에는 1초에 무려 100만 개의 새로운 신경 연결, 즉 시냅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자주 사용되는 연결은 강해지고 그렇지 않은 연결은 가지치기가 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효율적으로 변합니다. 이 엄청난 공사의 핵심 설계도가 바로, 하버드아동발달센터에서 '서브 앤 리턴(Serve and Return)'이라고 부르는 과정입니다. 마치 탁구를 치는 것처럼요. 아기가 소리를 내거나, 눈을 맞추거나, 몸짓으로 '서브'를 보내면, 엄마가 미소나 말, 따뜻한 포옹으로 '리턴'을 해주는 겁니다. 이 단순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기의 뇌 회로는 폭발적으로 연결되고 강화됩니다. 비싼 장난감이나 화려한 교구가 아니라, 바로 이 단순한 상호작용이 '더 똑똑한 아기'를 만드는 유일한 비결입니다.


2. '독성 스트레스'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

스트레스라고 다 같은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하버드발달센터는 스트레스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 첫째 긍정적 스트레스는 예방주사를 맞을 때처럼 짧게 끝나고 엄마가 안아주면 금방 회복되는 건강한 스트레스입니다.

* 둘째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 조금 더 심각한 일이지만, 역시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다면 뇌 손상 없이 회복 가능한 스트레스입니다.

* 마지막으로 독성 스트레스(Toxic Stress):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아이가 힘들 때 곁에서 달래주고 안아주는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강력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입니다.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와 뇌에 치명적인 독성 스트레스를 가르는 단 하나 결정적 요인은 바로 '엄마와의 안정적인 관계'입니다. 엄마의 존재 자체가 아기의 스트레스 체계를 진정시키고, 뇌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독성 스트레스는 학대 같은 끔찍한 일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방임', 즉 '어른의 반응이 장기간 부재'하는 상황에서도 일어납니다. 신생아의 뇌는 엄마의 반응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데, 그 반응이 계속해서 없다면, 아기의 뇌는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독성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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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후조리원의 현실, 의도치 않은 '뇌 발달 위협'

자, 이제 이 뇌과학의 프레임으로 한국의 산후조리원의 현실을 살펴보죠. 한국에서는 산부인과는 4.3%만, 산후조리원은 5.6%만 24시간 모자동실을 하고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의 평균 모자동실 시간은 겨우 3.6시간입니다. 산모의 휴식을 위해, 아기는 신생아실에 '분리'되어 있는 것이죠. 이것이 아기의 뇌에 어떤 의미일까요?

* 첫째, '서브 앤 리턴'의 완전한 박탈입니다. 한명이 평균 네다섯 명을 돌보는 상황에서, 아기가 보내는 수백, 수천 번의 미세한 '서브'에 일일이 반응해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아기는 뇌 발달이 가장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자극을 체계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는 겁니다.

* 둘째, '독성 스트레스'의 잠재적 유발입니다.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 자체가 아기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2주 혹은 3주라는 긴 시간 동안,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완충제인 엄마 없이, 이 스트레스에 계속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하버드발달센터가 정의하는 '독성 스트레스'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입니다. 조리원 담당 인력이 아기를 안전하게 돌봐주지만, 절대로 엄마 냄새, 목소리, 심장박동이 주는 독특하고 절대적인 '신경 보호 효과'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아기의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상호작용을 빼앗고, 심지어 뇌 성장을 저해하는 독성 스트레스 환경에 아기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4. 대안: '분리'가 아닌 '관계'를 지원하는 시스템

"그럼 엄마는 쉬지 말라는 거냐?"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산모의 회복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문제는 '산모의 휴식'과 '아기의 뇌 발달'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만들어 한쪽을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현재의 시스템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아기를 떼어놓음으로써 엄마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함께 있는 엄마를 도와줌으로써' 쉬게 해야 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산모와 아기를 분리하는 대신, 제대로 과학적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아기 '관계' 자체를 지원합니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에서도 가능합니다. 바로 신생아와 산모를 '집중 지원하는 모자동실'입니다. 산모는 아기와 한 방에 있으면서 휴식과 수유, 아기와의 상호작용에만 집중하고, 식사, 청소, 빨래는 물론, 수유 자세, 기저귀 갈기, 아기 돌보기 등 모든 것을 도와주는 전문가가 곁에 있는 모델입니다.


산후조리원의 일률적인 모자 분리 관행은, 필연적으로 기괴한 유축수유라는 방식을 초래할뿐 아니라, 수십 년간의 뇌과학 연구가 경고하는 '신경발달학적 위험' 그 자체입니다. 이것은 건강한 뇌 구조의 형성을 방해하고, 독성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아기, 곧 전 국민의 평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기존 관행을 그대로 쫓을 것인가, 아니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우리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지켜주는 새로운 산후조리 문화를 만들어갈 것인가?


한국에 산후조리원이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인류학 교과서에 한국 산후조리원의 모자분리가 신생아 독성 스트레스의 대표 사례로 올라가는 일이 없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 의료인, 그리고 무엇보다 곧 부모가 될 모든 분들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최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아기의 뇌는 내가 지킵니다.


https://youtu.be/ikbVRRiIYVk?si=yUlQNX8Gexx6Gu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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