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쌍둥이 위험성, 한국 학회 첫 공식 발표
표준은 단일 배아 이식 (Single Embryo Transfer)
오늘은 시험관 아기 시술과 쌍둥이 임신의 위험, 그리고 왜 단일 배아 이식이 세계적 표준인지를 국내 학회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내용은 대한모체태아의학회와 대한보조생식학회가 2025. 11. 15. 대한모체태아의학회 연구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시험관 아기 시술 다태 임신 팩트시트를 근거로 하였습니다. 이번 발표는 제가 알기로, 한국 학계가 최초로 공식적으로 시험관 시술과 다태임신의 위험성, 그리고 단일배아이식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한 것입니다. 이는 시험관 시술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가는 중요한 첫걸음으로서 저출산 정책을 담당하는 분들과, 난임 치료를 앞둔 가족들이 모두 꼭 알아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늘어나는 다태 임신, 한국의 현주소
최근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는 부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태 임신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다태아 출산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전체 출생아 중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2.7%에서 2023년에는 5.5%로, 지난 17년간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난임 시술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상황이 전혀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07년 2.21%에서 2020년 2.04%로, 미국 역시 2007년 3.37%에서 2023년 3.14%로 다태아가 모두 감소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다태아 출산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급증하고 있는 거죠.
다태 임신의 숨겨진 위험성
자연 임신에서 쌍둥이를 가질 확률은 1%, 즉 100명 중 1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시험관 시술을 하면 이 확률이 25~30%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4명 중에 1명 이상이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는 거죠. 왜 그럴까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배아를 여러 개 이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태 임신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단태아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따라서 배아 이식 개수가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A. 임산부의 합병증과 예후
1 조산 및 조기 진통-6배 증가
쌍둥이 임신의 가장 큰 위험이 조산입니다. 조산을 하면 산모에게는 입원와 집중관리가 필요하고 아기들은 신생아집중치료실로 갈 확률이 높아집니다.
2 임신중독증 (고혈압, 단백뇨, 전신부종)-2배 (쌍둥이)/ 9배(세쌍둥이) 증가
두 번째는 임신중독증인데 이는 고혈압, 단백뇨, 전신 부종이 함께 오는 정말 심각한 합병증입니다. 이 위험이 쌍둥이에서는 2배 이상, 세쌍둥이에서는 9배까지 증가합니다. 산모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 9배까지 커진다는 말입니다.
3 제왕절개 및 산후출혈(-3배 증가)
쌍둥이 임신은 자연 분만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제왕절개 분만을 훨씬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제왕절개는 수술이기 때문에 회복 기간도 길고 출혈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쌍둥이 분만 후에는 자궁 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과도한 산후 출혈이 3배나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최근 시험관 임신으로 쌍둥이를 출산한 뒤 9일만에 산후 출혈로 응급실 뺑뺑이를 돌며 위급한 상황을 겪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4 혈전성 질환-3배 증가
다음으로, 쌍둥이 임신은 혈관에 피가 응고되는 혈전성 질환이 3배 많아집니다. 임신 자체로 혈전 위험이 높아지는데 쌍둥이 임신은 그 위험이 3배나 더 커진다는 거죠.
5 심리적 스트레스와 육아 부담
마지막으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육아 부담이 매우 커집니다. 임신과 출산 과정도 힘들지만, 출산 후 쌍둥이를 키우는 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어렵습니다.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이 2배가 아니라 몇 배 더 클 수 있습니다.
B. 태아/신생아에게 미치는 합병증과 장기 예후
더 중요한 것은 쌍둥이 아기에게 올 수 있는 합병증과, 장기적인 건강상 위험입니다. 당연히 세쌍둥이 이상 다태아는 훨씬 더 위험하구요.
1 조산 -50%-쌍둥이 / 90%-세쌍둥이
첫 번째, 조산입니다. 쌍둥이 중에서 절반 이상, 그러니까 50% 이상이 37주 이전에 태어납니다. 정상 임신이 40주인데 37주 이전에 태어나 조산아가 되는 거죠. 조산아는 장기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불리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여러 모로 건강상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세쌍둥이는 조산 및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90%이니 훨씬 더 심각합니다.
2 저체중 출생-50%
두 번째, 저체중 출생입니다. 쌍둥이 중 절반 이상이 2.5kg 미만 저체중으로 태어납니다. 더 심각한 건 1.5kg도 되지 않는 극소 저체중아입니다. 이런 아기들은 태어나자마자 겪는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달 장애 위험도 높아집니다.
3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25%-쌍둥이/75%-세쌍둥이)과 합병증
세 번째, 신생아중환자실 입원과 합병증입니다. 쌍둥이는 조산과 저체중, 호흡곤란 같은 여러 문제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구체적으로, 쌍둥이는 1/4, 그러니까 25%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세쌍둥이는 3/4, 즉 75%가 입원하구요. 이런 아기들은 호흡 곤란, 황달, 저혈당 같은 여러 합병증도 더 많이 생깁니다. 갓 태어난 내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인큐베이터 안에서 고통과 싸우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게 되는 거죠.
4 뇌성마비 (4배-쌍둥이 / 18배-세쌍둥이) 및 발달 지연
그리고 가장 심각하고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건 뇌성마비와 발달 장애입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 수치입니다. 쌍둥이는 단태아보다 뇌성마비 위험이 4배, 세쌍둥이는 18배나 높습니다. 특히 1.5kg이 되지 않는 극소 저체중아는 뇌성마비, 시력/청력 상실, 지적 장애 같은 장기적인 장애 위험이 훨씬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선천성 기형
다섯 번째, 선천성 기형입니다. 다태 임신 자체만으로 선천성 기형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론: 건강한 단태아 출산을 최우선 목표로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난임 시술은 임신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닙니다. 건강한 단태아를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 이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배아 배양 기술과 냉동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서 굳이 배아를 여러 개 넣지 않아도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난임치료는 단순히 임신 성공을 넘어, 다태 임신 위험을 최소화하고 임산부와 아기의 건강을 지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단일 배아 이식 (Single Embryo Transfer, SET)입니다.
단일 배아 이식이 표준 치료가 되는 이유는 임신 성공률은 유지하면서 쌍둥이 임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험관 시술 시 25-30%까지 높아질 수 있는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면 산모와 태아/신생아에게 동반되는 수많은 고위험 합병증과 장기적인 건강, 심리, 재정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그래서 이 단일 배아 이식이 국제적으로 표준 치료로 권장되는 추세인 것입니다.
가장 건강한 임신 결과는 건강한 단태아 출산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따라서 시험관 아기를 준비하는 부부는 다태 임신의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건강한 단태아 출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으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배아 이식 개수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산모의 나이, 배아의 질, 이전 임신력, 그리고 의학적 문제, 경제, 육아에 있어서 쌍둥이 임신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미 다태 임신이 된 경우라면, 임신 동안 산부인과 전문의와 고위험 산모 관리팀의 집중적인 관리와 정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불의의 응급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습니다.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빨리 임신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키울 아기 한 명을, 가장 안전하게 임신하는 것입니다. 시험관 시술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난임 카페, 시험관아기 카페 등) 이 내용을 많이 공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https://youtu.be/U51Svjew7R8?si=VcW5CU3ungyPlRy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