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불안증 극복해 보련다.
남들 앞에서의 표현 불안
[사회불안증의 인지행동치료]를 읽고 있다. 사회불안의 핵심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를 걱정하는 데서 오는 불안이라고 한다. 사회불안증을 겪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사회적 상황은 매우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것은 대중연설, 낯선 사람과 대화, 데이트, 자기주장이다. 다른 사람 앞에서 먹거나 마시기 또는 주목받기, 상사 또는 권한 가진 사람과 대화, 공중화장실에서 소변보기(남성에게 주로 해당), 깊은 성적접촉 등의 상황에서 불안을 갖는다고 한다.
대학교 1학년 때인가 과제물 발표가 있었다. 난 나름대로 준비해서 자신감으로 발표에 임했다. 준비된 자료를 간간이 보면서 하다가 원고를 보지 않고 말하려 하니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나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잠시 멈칫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의식적 나의 대처방법인지 다시 원고로 돌아가 후다닥 읽고 단상을 내려왔다. 모멸감, 수치심, 좌절감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대학시절의 이 경험은 기억 속에 상처로 묻혀있었다. 난 늘 두려웠다. 업무로 인해 남의 앞에 많이 서야 했던 나는 괴로웠다. 남들은 발표, 강의를 즐긴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일이기 때문에 해야 했고, 그래도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이기에 했지만 늘 부담이었다. 물론 마친 후의 결과에서 때때로 흐뭇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편안하게 자신의 언어로 원고를 보지 않고 강의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원고 없이 막힘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많이 부러웠다.
또 하나의 상처가 있다. 기관의 큰 행사에 내가 인사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준비했지만 상당히 떨렸다. 원고를 갖고 단상에 올라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웠다. 단상에 내려와 원고를 읽으며 간간이 청중들과 시선을 맞추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행사를 마치고 나서 한 청중이 나한테 말한다. “원고를 읽지 않고 말해야 되지 않아요”라며 무능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말로 얘기한다. 이런 부정적인 경험은 더욱더 앞에 나가서 얘기하는 것을 꺼리게 되고 부담이 되어 갔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원고를 준비해서라도 내 일은 마쳐야 했다. 7년 전 이 직장을 그만두고 난 앞에 나서서 얘기할 일도 나를 드러낼 일도 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마음이 편했다. 그런데 아는 지인이 강의를 부탁했다. 내 분야이고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괜히 맡았다는 생각에 후회가 되기도 했다. 일단 준비는 해 놓자라는 마음에 원고는 준비가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나이가 드니 더욱더 앞에 나서는 게 부담이 된다. 지난 세월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은 더욱 자신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나의 인지는 “나는 원래 말을 못 해”라는 신념으로 굳어졌다. 생각해 보았다. "난 원래 말을 못 하는가?" 자문해 보면 “아니다.” 사람들 앞에 나가서 말하는 것은 잘못하지만 그럭저럭 직장생활을 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면 만족할 만하지 않은가! 남들은 어떻게 평가하든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 연민이 필요했다. 남들의 평가에 좌지우지 않는다면 앞에 나서는 것이 그리 두렵지 않을 듯싶다. 여러 사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여전히 강의가 걱정이 되고 불안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진정 내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