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인
눈은_
밤하늘의 별을 보는 별들이 빌려준 것이다.
귀는_
가끔 생의 밑바닥에 물이 차오르거나 물이 샐 때
죽을힘을 다해 듣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거룩한 신이 빌려준 것이다.
다리는_
해 지는 숲을 산책하는 이름 없는 짐승의 뼈와 근육이 모여 이루어진 것을 빌려준 것이다.
즐거운 책은_
나무의 정령이 빌려준 것이다.
커피는_
아프리카 노예들에게서 뺏어온 것이다.
바람이 초록색이거나 노란색인 것은_
계절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노트북은_
신석기인의 돌도끼를 쪼개 만든 것이다.
술은_
괴로운 영혼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을 훔친 것이다.
지금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은_
먼 후생에 그대가 내게 줄 사랑을 미리 빌려준 것이다.
아침이면 한 그릇의 밥과 국을 먹는 몸은_
누군가에게 빌려온 우산처럼 생이 내게 빌려준 것이다.
몸에 맞는 옷과 제 눈보다 더 익숙해진 안경과 뒷굽이 닳은 구두 그리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도_
생이 내게 빌려준 것들이다.
언젠가 돌아갈 것들로 이루어진 나는_
마지막 심장의 박동은 불에게 주리라
수고한 다리는_
나무에게 건네고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영혼은_
바람에게 주리라
잠자리 날개처럼 얇고 투명한 인연을 쓰다듬으며
잠시 빌려 쓰고 돌려주려 했던 것이 너무 많이 늦어져
미안하다는 짧은 문자를 그대에게 보내리라,
참! 햇볕은_
구름이 몸을 열어 보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