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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이 Mar 31. 2024

犬子의 말씀

길이인

개자식이라고 부르지 마라

人子 중에 犬子보다 못한 놈 있고

犬公 가운데 君子보다 아름다운 영혼 있으니


어느 추운 겨울

차가운 전봇대에 흘려보낸 오줌 줄기

그 서러운 냄새를 공유했던 우리는 더 이상 이웃이 될 수도 없다


별의 죽음이 생명을 만들었다

분자 구름이 모여 털이 되었고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만나 코가 되었다

두렵고 불안한 것들이 귀가 되었고

떠돌이 행성이 발바닥의 굳은 살이 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영혼이 흔들리는 것은

술잔에 별이 지기 때문이다


개새끼라고 부르지 마라

엄동설한에 맨발로 뛰어다니며 오뉴월인 양 착각한다고

천지도 모른다고 욕하지 마라

아득한 영혼의 膝下

우리 모두는 그놈이 그놈인 누군가의 귀한 새끼였으며

영혼의 가죽푸대 애초부터 둘이 아니었으므로 犬子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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