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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 창 Apr 11. 2024

아웃사이더: 광호

영화 '낫아웃' (2021)

#꿈에도 가격이 있다


낫 아웃은 야구에서 타자가 2 스트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당했지만 포수가 공을 놓쳐 1루로 뛸 수 있는 상황을 말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행운의 기회라는 느낌이 들지만 고등학교 야구 선수 광호의 인생에선 단순히 '운'만 필요한 게 아니다.


불공평함은 모든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공평하게 느끼는 감정이다.

팀의 에이스였던 광호는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자신보다 실력이 못하는 선수가 지명될 때 탈락했다 - 좋아,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그다음 스텝은 대학이다.

모든 고3이 그러하듯이 평소 가고 싶었던 대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 그런데 갑자기 같은 팀 친구가 XX를 하는 게 아닌가 마치 입학이 확정되어 있던 사람인양. 더 충격적인 것은 모두가 그를 문제라고 여긴다는 것. 광호는 여기서부터 혼란스럽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는 건가?'


그 이후 경기에서 평소처럼 최선을 다하는 그를 감독이 불러 세워 어른 이랍시고 이런 조언을 해준다.



너 일부러 져주는 경기인지 몰라? 자존심 세우고 싶으면 자존심만 세우던가 아니면 말을 잘 듣던가


모든 건 돈이었다.

같은 팀 친구의 분노도 상대팀에게 일부러 져줘야 하는 상황도 모두 같은 로직으로 움직이는 판이었다.



꿈에도 가격이 있다는 걸 방금 알아챈 18세 소년 광호는 완벽한 아웃사이더이다.


#왜 나 빼고 다 시나리오가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걸까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다 - 한 남자의 인생이 탄생부터 모두 리얼리티 쇼처럼 녹화되고 있었다는 끔찍한 스토리.


광호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전부라고 여겼던 세상의 인물들이 짜놓은 안정적인 판을 깨는 빌런이 된 기분인 소년은 그의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는 가족에게 이 상황을 털어놓는다.


유일한 가족은 어머니가 떠나고 별 볼 일 없는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뿐.



거기서 광호는 더 큰 절망을 느낀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삶을 위로해 주고 해답을 제시해 주기에는 본인의 삶의 무게에 이미 너무 짓눌려있었다 - 마치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그런 아버지를 향해 광호가 할 수 있는 건 미친 듯이 분노의 감정을 퍼붓는 것뿐이다.

온갖 모진 말 중에 가장 공감되는 말.



제발 한 번만 더 도와줘, 나 야구 못한 거 아니야 잘했어!


광호 말이 다 맞다.

그가 열심히 야구를 안 해서 또는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열심히 그리고 잘했으니 문제다 - 못했으면 이런 불합리함에 대항할 껀덕지도 없었을 텐데.

아버지는 그저 묵묵히 듣는다. 그것 만이 아들을 위해 그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안다.


광호는 마지막 발악을 준비한다 -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그 돈 벌어서 원하는 대학 가고 만다.

이 트루먼 쇼를 쳐부수기 위한 18살 소년의 나약하지만 분명한 의지.


#씁쓸한 낫아웃 세이프


필자는 군대에서 누군가가 휘발유에 물을 타서 불법적으로 파는 일을 해봤다고 떠벌리는 사람을 봤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그런 짓을 하나 싶었는데 오늘의 아웃사이더가 바로 그 사람일 줄이야.


이 척박한 세상에서 십 대 소년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불법적인 일밖에 없다.

사실 광호는 큰돈이 얼마 정도인 줄도 모르면서 최대한 현금을 긁어모은다 - 나도 야구로 대학을 가고 만다는 꿈을 가지고.



그 일을 소개해준 민철은 왠지 그를 이해해 주는 것만 같다, 원래 아싸 끼리는 통하는 게 있지 않나.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불법 휘발유 알바 듀오는 사장이 모아놓은 돈을 훔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민철은 사고를 당하고 그가 빼돌린 현금을 챙겨 달아나는 광호 - 궁지에 몰린 아웃사이더들은 역시 빌런의 길로 들어서기가 쉽다.


현금 다발을 들고 간 곳은 야구 감독의 방.

돈 가져왔으니 나도 대학 보내달라고 하는 제자를 감독은 싸대기로 응수한다.



내가 우습냐 이 새끼야?


...

감독은 5천만 원을 원했단다.

왜 우리나라가 요즘 국제대회에서 야구를 더럽게 못하는지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러분이 이 상황에 처한 광호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야구에 야자도 듣기 싫어 다른 길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하지만 광호는 '불쌍하게도' 야구를 너무 사랑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을 위해 파리 날리는 그의 식당을 팔정도의 희생정신이 있었다.



광호는 꽤 괜찮은 대학의 야구선수가 되어 팀 버스에 올라탄다.

영화 제목인 낫아웃은 결국 그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방법을 택할 때 작동했다.

소년은 그의 꿈에 대한 가격을 지불했고 지금 그 꿈속에 살고 있다.

깨끗하지 못한 결말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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