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주말 해운대 동네 한 바퀴를 돈다. 고층 아파트 너머로 동백섬이 보이고 그 사이에 바닷물이 출렁인다.
외국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동네 한 바퀴 탐방이다. 그 습관으로 집을 나선다.
집 앞에 동백섬이 보이는 '스몰굿커피 마린시티점' 자그마한 이쁜 카페가 있다. 동네 한 바퀴 후 한잔하려고 점찍어 놓았다.
해변이 아닌 아파트 뒤쪽 산으로 간다. 장산으로 이어지는 수미산 봉수대 등산길이 600m이고, 장산까지는 4km가 넘는다는 등산로 표지판이 보인다. 일요일 오후고 빗방울이 하나 둘 내려 인적이 거의 없다.
빡빡머리에 귀걸이를 한 젊은 외국인이 앞서 간다. 정상 근처엔 그와 나밖에 없어 서로 인사를 건넸다. 독일서 온 그래픽 디자인어로 40일간 전 세계 여행 중이라고 하며 부산이 만한 곳도 없다고 한다. 부산하면 해운대 바다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바다와 산이 닿아 있는 곳은 흔치 않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하기야 나도 부산에서 살고 여러 차례 왔지만 해운대 지척에 이런 산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부산 사람들이야 다 알고 있지만 말이다.
봉수대에 올라 보니 저 왼쪽 아래로 해운대가 보이고, 오른쪽으론 해운대와 광안리를 잇는 광안대교의 당당한 모습이 보인다. 매년 11월이면 광안대교 불꽃놀이가 절경이라고 한다. 2019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시 해운대 쪽에 위치한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외교장관들을 위한 행사장이었던 그곳 호텔에서 불꽃놀이를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지만 일에 치여 감흥은 별로 없었다. 올해 11월에는 여유 있게 불꽃 구경을 하려고 한다.
등산 후 걸어 해운대 전통시장에 가서 혼자 살이에 필요한 곁반찬, 고춧가루, 누룽지를 사고 나니 가을 빗방울이 애법 떨어진다. 모자가 달린 옷을 입고 해운대 비를 맞는다.
총총걸음으로 오다 보니 벌써 집 근처의 작은 커피숍이다. 따뜻한 카페 라떼를 마시면서 차양위로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와 저쪽 해운대 바다 위로 적은 물장구를 치며 떨어지는 가을비를 본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이다.
오늘 이른 아침, 짙은 나무 그들로 드리워진 동백섬 한 바퀴를 돌며, 2014년에 이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시 업무 오찬 장소였던 APEC 누리마리(2005년 APEC 업무 오찬 장소)를 지나면서 정신없이 보냈던 5년 전 기억을 소환한다. 아침 운동을 나온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동백섬 입구에 있는 웨스틴 조선 앞엔 아침 벼룩시장이 선다. 공무원 단속이 없는 평일 이른 아침이나 주말에 선다. 각종 과일, 젓갈, 채소 등이 즐비하다. 나도 사과와 자두와 새우젓을 샀다. 가격은 마트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 왠지 사고 싶었다.
이렇게 10월 첫 주말 해운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탐방을 끝냈다.
아직 10월 가을 가랑비가 해운대에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