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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남아 사랑꾼 Oct 20. 2024

결혼식 풍경

둘째 아들 장가가는 날


1년 전결혼 날짜를 잡은 우리 둘째가 드디어 결혼을 했다. 10.19 17시 30분 판교 W 웨딩 컨벤션이다.


내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집사람이 일찍 가자고 하여 4시간 전에 판교에 왔다. 차가 있어도 부암동에서 판교까지 운전을 못해 카카오택시로 우리 부부와 큰아들이 함께 다.


예식 3시간 전에 신랑 신부 부모들 화장과 머리까지 해 준다고 한다. 눈썹도 그리고 무슨 색조 화장에 입술에도 뭔가 른다. 사진용일지 싶다. 89년 이맘때쯤 내가 결혼식 때 화장하고 36년 만이다.


신랑 아버지 단장은 그나마 시간이 덜 걸리는데 신랑 엄마 단장은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에 화장까지 애법 시간이 걸린다. 뒤에 앉아 마누라를 단장시키는 모습을 정면 거울통해 보니 60세답게 그의 목에 주름이 자글 자글 하고 늦어가는 게 보인다. 나하고 오래 산 세월 탓이라. 그녀도 한때는 오늘 결혼하는 예비 신부처럼 젊고 피부도 탱탱했을 것이다.


30분 간격으로 예식이 분주하게 루어지고, 화환이 복도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한번 하면 버릴 인조 꽃들이 환경도 망치는데 인간의 허영심 때문에 이렇게 화환을 주고받고 있다.


큰 아들이 아직 미혼인데 혹시 결혼한다고 하면 당초 둘째 때도 그러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하긴 했으나, 가족끼리만 결혼시키고 싶다. 그래서 이번 둘째 결혼식에  전 직장도 현직장도 공지하지 않고 아주 가까운 지인들과 가족들만 개별적으로 초청했다. 우연히 알게 된 동료들이 찾아와 생각보단 하객이 있었고, 해외포함 여기저기서 화환도 와  좁은 식장이긴 하나 양복도를 채워 나 또한 여느 사람과 같이 허영심에 찬 그런 인간이 되어있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화환들은 개눈 감추듯 사라지고 없었다. 그 꽃들은 또 다른 결혼식에 재탕 삼탕으로 써질 것이다.


10월 가을 둘째 장가가는 날이 나에겐 이런저런 성가스런 일들과 불편한 진실을 그저 받아들였던 하루였다.


하지만 초딩 몇 년만 빼고 대학까지 해외에서 나온 아들은 국내 친구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몰라 알게 모르게 애를 많이 썼을지 싶다.


 아들에게 대충 초청할 하객을 물어보니 직장까지 포함해 20명 정도라고 하는데 친구가 별로 없고 직장도 스타트업이라서 그렇게나 될까 했는데 그는 지난주 갑자기 춘천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간다며 청량리발 이른 기차를 타고 저녁에야 돌아왔다. 세검정 초딩을 다닐 때 친구가 춘천서 박사 과정 중이라고 했다. 결혼식에 오라고 직접 갔던 모양이다. 결혼식 날 몇 명의 친구들을 소개해 주길래 어디 친구냐고 했더니 국내 귀국해 개발 기술을 같이 배운 친구들이라고 한다. 그나마 멀리 호주 친구가 비행기 타고 와 손을 들들 떨며 모르는 노래를 축가로 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결혼식이 판에 박힌 의식에 짜인 쇼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혼식에 온 하객들에게 신랑 아버지인 내가 다음과 같이  인사했다.


"저는 신랑 서민기 아버지이자, 신부 김예진 시아버지 되는 서정인입니다.


양가 신랑 신부 하객분들을 대신해 감사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희 아들이 저의 직업병 습관을 우려해 저에게 '3분 가즈아'라고 문자가 와서, 당초 생각했던 5분에서 줄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을의 정취가 더해가는 10월에 오늘 혼사를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신

친지, 동료분들께 마음을 담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민기, 그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도 반듯하게 성장해 오늘 결혼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런 우리 아들을 사랑해 파트너가 되어준 예진, 축하한다.


예진아, 시아버지가 다정스러운 사람이고, 시어머니는 진국이 때문에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아들하고만 잘 살기 바란다.


우리 예진이가 오늘 민기와 결혼하도록 정성스럽고 사랑으로 키워주신 사돈 부부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시 한번 오늘 저희 혼사에 오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따뜻한 저녁 한끼하시면서 판교 가을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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