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에 뭐 하나...
뭔가 자신이 무엇인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기 계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혼내는 느낌이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삭제했다. 여자친구가 생기고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나 게시물을 올리지 않게 됐다. 그리고 어차피 올라오는 스토리나 게시물을 영혼 없이 봤고 가끔 올라오는 지인의 게시물은 이상하게 자괴감을 불러일으켰다.
건너 건너 듣기만 했던 지인의 좋은 소식에 전혀 축하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 않으려 해도 비교하게 됐다. 나는 평소 J지만 계획에서 벗어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타입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인생 전반적인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깐 그렇게 화가 나더라. 전역하기 전까지 악착같이 모은 휴가를 사용하여 복학하려 했다. 그래서 총 41일이라는 휴가를 전역 전에 모았고 4월 11일이었던 전역 전 3월 2일부터 복학하기엔 충분한 휴가였다. 휴가를 나와서 홀로 떠난 바다 여행에서 복학신청 후 받은 전화는 매우 충격으로 남아있다.
강릉 안목해변에서 혼자 바다를 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데 입학처에서 연락이 왔다. 학기의 3분의 1 기간인 4월 7일 이내의 전역자만 복학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전화 한 방에 부대에서 세운 계획이 다 물거품이 됐고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며 여행이나 다녀야겠다 생각했지만 전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 낭비되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아 무엇이든 채우려 하는 타입인데 9월까지 텅 빈 시간이 생기니깐 무엇을 할지 몰랐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 맞는 뭐든 것을 했다.
우선, 그때 당시 들어갈 수 있는 스타트업 학회에 면접을 봤다. 지원서를 제출하고 3일 만에 면접을 봤다. 별도의 준비도 하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면접을 봤는데 현역 병장임에도 지원했다는 열정과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다는 점 등등의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연애도 했다. 썸은 세네 번 탔다. 연애는 두 번했다.
스타트업 면접도 보고 떨어지고 했다.
스타트업 기업에 스카우팅 된 경험도 있다. 물론 무급이라는 점에서 거절했지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서 뭐든 잡히는 데로 진행했다. 이런 내가 열심히는 사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선호하는 것들의 성장을 하려 한다. 운동, 독서, 영어, 연애 등등 뭐든지 하면 좋은 것들 말이다. 담배나 술은 원래 하지도 못했고 게임은 줄인다. 이런 행동들을 하는데 가끔 뭔가가 비어있는 느낌이다.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 원하는 것을 모른다는 모호함이 늘 엄습한다.